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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북한, 南취재진 따돌리기는 ‘생존본능’?

입력 | 2008-03-25 03:00:00


“됐시오.”

23일 오후 상하이 선화의 홈구장인 위안선스타디움. 북한축구대표팀이 비공개 훈련을 끝내고 경기장을 나설 때 한국 취재진이 “훈련이 어땠습니까”라고 묻자 김정훈 북한 감독은 “됐습니다. 내일 정식 훈련이 끝난 뒤에…”라며 말끝을 흐리고 사라졌다.

그런데 북한은 한국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훈련 장소까지 바꿨다는 소식이 나중에 들려왔다.

당초 위안선스타디움에서 훈련하기로 돼 있었으나 26일 남북 대결이 열리는 훙커우스타디움으로 바꿨고 24일도 비공개로 훈련했다.

한국은 예정대로 위안선스타디움에서 연습하기 때문에 양쪽을 다 취재하지 못할 것이란 판단에 장소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만날 때 한국 취재진에 호의적이었던 북한이 이번엔 썰렁하게 대하고 있다. “평양에서 태극기와 애국가를 허용하고 경기할 수 없다”며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을 어긴 탓에 홈경기를 상하이에서 하게 돼 국제적인 관심과 비난을 샀기 때문에 말을 더 아끼는 듯했다.

지난달 충칭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 때는 말을 걸면 대답을 잘 했었다.

북한에 정통한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북한 관계자들은 말 한마디라도 잘못할 경우 대표팀에서 밀려나는 것은 물론 좌천될 수도 있어 말을 잘 안 한다. 그게 그들만의 ‘생존 법’이다. 이번 경우는 상황이 민감해 더 냉랭하게 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