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 내 이름 있었는데…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4·9총선 종합상황실 현판식에 참석해 벽에 붙은 지역별 후보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이 빠지고 새 후보(이종현 후보) 이름이 적힌 부분을 가리키고 있다. 박경모 기자
한나라당 공천 파동을 수습하기 위해 총선 불출마라는 승부수를 던진 강재섭 대표는 24일 “제 자신을 던져야 당이 단합되고 총선에 올인(다걸기)할 수 있겠다 해서 불출마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 불출마 승부수는 사즉생
강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혼돈스러운 상황에서는 책임지는 자기희생이 있어야 당을 단합시켜서 지도해 나갈 수 있다”며 자신의 불출마가 당을 위한 희생적 결단임을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이를 두고 “위기 돌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와 함께 “출마자들이 겨냥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엉뚱하게 강 대표가 희생됐다”는 동정론도 제기됐다.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불출마를 처음으로 공개 촉구했던 남경필 의원은 “강 대표가 친(親)박근혜계와 친이명박계, 소장파의 삼각파도에 휩쓸린 면이 있지만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 것보다 길게 사는 쪽을 택한 것 아니겠느냐”며 ‘사즉생(死卽生)’이라고 분석했다. 윤건영 의원은 “기득권을 내놓고 스스로 희생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당내 자기 세력이 많지 않은 ‘비(非)오너’이긴 하지만 그동안 당이 고비에 처할 때마다 자신의 거취를 거는 강수를 던지며 위기를 돌파해 왔다.
지난해 대선 후보 경선룰 파동 때는 대표직은 물론 의원직 사퇴 불사, 올해 초 공천심사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갈등으로 박 전 대표의 탈당 움직임이 가시화하자 대표직 사퇴 불사라는 배수진을 치면서 당을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여권 실세 공천 개입설 시인
강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이 부의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본인이 판단할 문제이며 슬기롭게 판단해 주시리라 본다”라고 말했다. 친이명박계의 출마자 55명이 전날 이 부의장의 불출마를 촉구한 것과 관련해서는 “사실 돌아다녀 보면 ‘형님 공천’ 아니냐는 얘기를 (주민들이) 한다는 것을 저도 안다”고 말했다. 이어 강 대표는 “그분들이 당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그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고, 그런 모든 것을 참작해서 공천을 받은 분이 슬기롭게 판단하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듣기에 따라서는 이 부의장의 불출마 결단을 촉구하는 듯했다.
하지만 강 대표는 곧바로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이미 의결을 하고 최고위원회에서 잘됐든 잘못됐든 의결해서 본인이 선거운동을 하고 내일 후보등록을 하는데 문제 제기가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권 실세의 공천 개입설에 대해서는 “춘추전국시대 이후에 권력 주변에는 항상 실세가 있게 마련”이라고 전제한 뒤 “자기를 밀어주고 도움을 준 사람을 위해 (공천을) 해달라는 것은 있었을 것이라고 솔직히 시인한다”고 말했다.
출범 한 달째를 맞은 새 정부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이라든지 세련되지 못한 활동이 있었고, 각료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검증이 충분히 안 된 미스가 있었다”고 일부 잘못을 시인했다.
이어 강 대표는 “아직 100일도 안 된 정권이다. 10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룩했기 때문에 다소 방향을 틀어 나가는 데 두서가 없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이번 총선에 꼭 과반 의석을 확보하게 주셔서 이 정부가 일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경모 기자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