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50수가 되기도 전에 우세를 확보한 백은 여유가 넘친다. 백 48도 우세를 의식한 안전책. 평소 같으면 참고 1도 백 1로 늘고 3으로 귀에 뛰어드는 적극적 수법을 구사했을 것이다. 흑이 4로 버티면 백 15까지 큰 수가 난다.
흑도 참고 1도처럼 두지는 않겠지만 백 1, 3은 유력한 전법이었다.
원성진 9단은 흑 49를 당하더라도 백 50부터 58까지 우변을 정리해 불만이 없다고 판단한 것. 그러나 검토실에선 백 50을 두기 전 꼭 교환해야 할 수순을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좌변에서 참고 2도 백 1과 흑 2를 교환했어야 했다는 것. 실전에선 흑 59, 61로 뚫고 나와 좌변 백이 많이 엷어졌다. 결국 흑 67까지 좌변 백이 근거를 잃고 공중에 붕 뜨는 결과를 낳았다.
수순 도중 백 66은 귀를 지키면서 2선으로 넘는 수를 보는 일석이조의 수. 그러나 백은 그동안 벌어놓았던 우세를 상당히 까먹었다.
흑 69의 침입도 보통 때는 평범한 응수타진이지만 지금은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껄끄럽기만 하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