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AA 농구 ‘3월의 광란’이 지난 주 시작됐다. 64강 대진 가운데 다소 눈길을 끄는 경기가 있었다.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벌어진 남부지역의 3번 시드 스탠포드 카디널스와 14번 시드의 코넬 빅 레드의 대결이었다. 결과는 예상대로 3번 시드의 스탠포드가 77-53으로 코넬을 눌러 2회전에 진출했다.
이 경기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두 대학이 농구보다는 학문으로 명성이 높아서였다. 스탠포드는 서부 최고의 명문 사립대학이다. 코넬 역시 동부의 명문 아이비리그에 속한 사립 학교다.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성적을 유지해야 이 대학을 들어갈 수 있을지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없다. 공부하면서 운동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다양한 나라 미국에서는 가능하고 매우 자연스럽다.지난 20일자 LA 타임스엔 두 대학의 대결에 맞춰 ‘Head Games Favor Stanford(스탠포드가 두뇌에서 앞선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스탠포드는 18명의 노벨상 수상자, 4명의 퓰리처 수상자, 연방 대법원 판사 샌드라 데이 오코너, 앤서니 케네디, 마이크로소프트 최고 경영자 스티브 발머, 빈센트 서트, 작가 존 스타인벡, 구글과 야후의 공동 창업주 등을 배출했다.
스탠포드와 맞서는 코넬은 연방 대법원 판사 러스 배더 긴즈버그, 문학계의 거물 커트 보네거트 주니어, E B 화이트, 토니 모리슨, 조이스 브라더스 박사(심리학 박사), C. 에버렛 쿱(소아과 의사), 키스 오버먼(방송인) 등이 유명하다. 스탠포드가 코넬보다 유명인사가 다소 많음을 보여주고 있다.
올 NCAA 64강에 팩10 컨퍼런스의 스탠포드는 광범위 출전으로 자격을 얻었고, 코넬은 아이비리그 우승으로 1988년 이후 처음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행운을 잡았다. 두 대학의 기량으로는 우승이 힘들다. 스탠포드는 로페즈 쌍둥이 센터 2명을 보유해 다크호스로 꼽히기는 하지만 ‘파이널 포’면 대성공이다. 코넬은 토너먼트 진출로 만족했다. NCAA 64강 진출 자체가 학교로는 큰 경사였다.
그들에게 Stanford와 Cornell의 유니폼은 자부심 그 자체다. 명석한 머리로 학문과 스포츠를 병행하는 그들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항상 따뜻할 수밖에 없다.
운동부 신입생 신고식이라며 구타가 난무하고 이를 방조하는 학교 당국. 여기선 어떤 경쟁력도 있을 수가 없다. 야구부에 입문했다가 의과 공부를 한다며 야구를 포기하는 스탠포드 학생. 선배, 코치가 이유없이 때려도 대꾸 한마디 하지 못하는 국내 풍토. 같은 대학생들의 환경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가슴이 아프다.
LA= 문상열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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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명문대학의 스포츠팀을 보면서 한국 학원스포츠를 걱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