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춘란배 1회전
○ 이마무라 도시야 9단
● 차민수 4단
드라마 ‘올인’의 실제 주인공인 차민수(57) 4단은 도깨비 같은 기사다.
프로 승부사의 세계에서 떠나 있지만 가끔 세계대회에 출전해 정상급 기사에 밀리지 않는 기량을 선보인다.
차 4단은 15일 개막한 제7회 춘란배에서 미국 대표로 출전해 1회전(24강전)에서 일본 강호 이마무라 도시야 9단과 만났다. 유럽이나 미국 대표로 세계대회에 출전한 이들은 거의 1회전에서 탈락한다. 대부분 아마추어 고단자나 ‘흘러간’ 프로 기사이기 때문. 하지만 차 4단은 달랐다. 그는 이 바둑에서 수읽기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승리를 따냈다.
그는 예전에 “수읽기는 아직 자신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갬블러로 오랫동안 정면승부를 하다 보니 승부처를 찾아내는 순발력은 여느 기사 못지않다고 확신한다. 한 분야에서 정상에 오르면 다른 세계에서도 통하는 법”이라고 말한 적 있다.
그는 이틀 뒤 열린 16강전에서 중국의 황이중 6단에게 졌으나 1차전에서 일본의 정상급 기사를 눌렀다는 게 화제가 됐다.
이번 춘란배엔 이세돌 이창호 목진석 원성진 9단이 출전했으나 이창호 9단만 8강에 진출했다. 이창호 9단은 4강전에서 중국 랭킹 1위 구리 9단과 대결한다.
▽기보 해설=장면도 백 1, 흑 2로 수상전이 시작됐다. 여기서 백의 한 수가 중요하다. 이마무라 9단의 선택은 실전도 백 1. 그러나 젖히는 방향이 잘못됐다. 흑 6까지 패싸움이 벌어졌지만 팻감이 부족한 백으로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백은 참고도 백 1을 선수하고 3으로 젖히는 것이 맥. 흑 4가 불가피한데 백 5, 7로 석 점을 잡으며 백을 연결시킬 수 있다. 실전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 결국 팻감 부족에 시달린 백은 돌을 던졌다. 137수 끝 흑 불계승.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