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가가린은 1961년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우주 공간에 진입했다. 공군 중위였던 그는 혈기왕성한 청년이었다. 108분 동안 우주에 체류하면서 지구를 한 바퀴 돌고 귀환한 그는 인류에게 새로운 ‘공간’을 선사했다.
가가린은 신중했지만 자신감이 넘쳤고 두려움도 몰랐다. 일이 잘못된다면 까맣게 타서 죽거나 우주공간에서 홀로 서서히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이겨 냈다.
그랬던 이 인류 최초의 우주인은 1968년 3월 27일 미그 전투기로 정기 훈련을 받던 중 예기치 않은 사고로 사망했다.
올해 4월 8일에는 한국인 이소연(30·여) 씨가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기지에서 발사되는 우주선 소유스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떠난다. 47년 전 가가린이 우주로 출발했던 바로 그 장소다.
우주 비행에는 적응 훈련이 필수다. 가가린은 3년에 걸친 집중 훈련을 받고 우주 공간으로 갔다. 로켓이 대기권을 탈출·진입할 때 발생하는 관성력과 우주 공간의 무중력 상태에 대처하는 방법이었다. 귀환할 때는 낙하산을 메고 5km 상공에서 뛰어내려야 했다.
훈련의 핵심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무중력 상태와 지구 중력의 3, 4배가 되는 상황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 골자다.
상승각도 45도를 유지하며 운항하는 비행기의 엔진을 갑자기 끄면 비행기는 포물선을 그리며 날게 되고 그 안은 잠시 무중력 상태가 된다. 떨어지던 비행기의 엔진을 켜서 갑자기 상승시키면 중력이 2배 가까이 증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주 비행 훈련은 이렇게 5∼10km 상공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뤄진다.
가가린을 우주에 보낸 이후 인류는 우주 기술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그럼에도 비행 도중 중력의 몇 배까지 커지는 관성력을 없애는 장치는 만들지 못했다. 한국의 첫 우주인으로 젊고 건강한 고산(32) 씨와 이 씨가 뽑힌 이유다.
그러나 나이가 많다고 지레 실망할 필요는 없다. 사람의 신체는 노력한 만큼 단련되고 환경에 적응한다. 1998년 미국의 존 글렌 상원의원은 생애 두 번째 우주비행을 무사히 마쳐 미국인들의 ‘영웅’이 되었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77세였다.
우주인들은 그렇게 한계 너머에 있는 ‘공간’과 ‘시간’을 인류에게 선물한 셈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