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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3차예선 남북대결, 빅리그 3총사 부진 0-0 비겨

입력 | 2008-03-27 03:02:00

박지성(오른쪽)이 26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2차전에서 북한 홍영조와 어깨싸움을 하며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상하이=신원건 기자


《양쪽 골대 뒤에 자리를 잡은 2만여 한국 팬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전을 펼쳤다. 마치 태극기와 애국가를 거부한 북한에 야유를 하는 듯했다. 26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3조 한국-북한의 경기가 열린 중국 상하이 훙커우스타디움엔 온통 태극기 물결이었다. 당초 이날 남북대결은 북한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화국 사상 평양에 태극기와 애국가가 허용된 적이 없다”며 양국 국기를 게양하고 국가를 연주해야 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을 거부한 북한 때문에 제3국인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게 됐다. 우리의 요구와 FIFA의 중재도 통하지 않았다. 결국 이날 경기는 승부 이상의 자존심 대결이 됐다. 한국 팬들이 태극기를 열렬하게 흔들며 응원한 이유다.》

그러나 “꼭 이겨 달라”는 팬들의 바람과 달리 결과는 0-0 무승부. 한국과 북한은 나란히 1승 1무(승점 4)가 됐고 골 득실차에서 앞선 한국이 조 1위, 북한은 조 2위가 됐다. 역대 전적에서는 한국이 5승 5무 1패로 우위를 유지했다.

한국은 저조했고 북한은 선전한 경기였다. 한국은 유럽파의 플레이가 살아나지 않았다. 허정무 감독은 조재진(전북 현대)을 최전방에 배치하고 좌우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설기현(풀럼)을 투입한 스리톱 공격 라인으로 그라운드에 나섰는데 박지성과 설기현의 플레이가 활기를 띠지 못했다.

허 감독은 후반에 조재진을 빼고 염기훈(울산 현대)을 투입하면서 박지성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내세웠지만 수비 위주로 역습을 노리는 북한을 제대로 공략하지는 못했다. 한국은 후반 31분 염기훈이 골 지역 오른쪽에서 띄워준 볼을 박주영이 골 지역 왼쪽에서 헤딩했지만 아깝게 크로스바를 넘어 득점 기회를 놓쳤다. 허 감독은 “북한의 좌우 뒤 공간을 파고드는 전력을 썼는데 최전방 공격수들이 마무리를 못했다”고 말했다.

정대세(가와사키 프론탈레)와 홍영조(베자니아 베오그라드), 문인국(4·25팀)을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운 북한은 정대세나 홍영조에게 바로 패스해 기습 공격을 시도했으나 역시 골을 뽑아내지 못했다.

한국과 같은 C조의 요르단은 이날 치러진 투르크메니스탄(2패)과의 2차전 원정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두면서 1승 1패(승점 3)로 조 3위를 유지했지만 북한에 1차전에서 0-1로 패했던 만큼 한국보다 한 수 아래의 팀으로 평가된다.

한편 전 한국대표팀 사령탑이었던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호주는 이날 중국 쿤밍에서 벌어진 1조 조별리그에서 중국과 0-0으로 비겼다. 호주는 1승 1무(승점 4)로 조 선두를 지켰고 중국은 2무(승점 2)로 그 뒤를 이었다.

상하이=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