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7일. KT의 주가가 5.94%(3150원) 돌연 급락했다. KT의 프로야구단 현대 인수 시도에 따른 반응이었다. 시장은 기업의 프로스포츠단 운영을 ‘불필요한 마케팅비용 증가’로 규정한 것이다. 싫든 좋든 현실이다. 8개 구단 체제가 존속됐어도, 베이징올림픽 티켓을 땄어도, 비즈니스 모델로서 프로야구의 가치는 악화일로다. 심지어 ‘야구단 운영=기부’라고 여기는 구단 CEO마저 있다.
이런 암울한 현실에 등장한 SK 와이번스의 스포테인먼트는 한국 프로스포츠 경영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놓았다는 평을 듣는다. 2007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해서가 아니다. 해마다 우승은 어느 팀인가 하지만 SK의 임팩트는 각별했다. 와이번스 우승의 가치는 ‘SK 방식(SK Way)’으로 이겼다는데 있다. ‘승리보다 팬’이란 팬 퍼스트(Fan First) 마인드를 내세워 인천 역대 최다관중을 창출, 프로야구판에 만연된 승리지상주의의 대안을 보여줬다.
야구판 전체가 좌초하는 와중에 SK만이 역풍을 거스를 수 있는 근원적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이 변화를 주도한 SK호의 선장, 신영철 SK 와이번스 사장을 만났다.
-스포테인먼트 원년이었던 2007년 SK는 흥행과 성적, 그리고 전원야구 팀 컬러 확립이란 성취를 이뤄냈다. 목표의 초과 달성은 2008년 SK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텐데.
“승리지상주의, 이대로 가면 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지난 1년간 SK가 이룬 성취와 더불어 우리의 지향점과 일관성을 평가받았다고 믿는다. 2007년이 런칭(도입)이라면 2008년은 ‘스포테인먼트 2.0’으로 규정했다. 목표는 ‘행복한 야구장 만들기’다.”
-문학 홈관중 100만을 2008년 관중목표로 선언했다. 단일시즌 100만명은 프로야구 최전성기인 1990년대 중반 서울, 부산 연고팀 외엔 전례가 없다.
“SK 와이번스의 경쟁상대는 야구단이 아니다. 에버랜드, 롯데월드, CGV가 우리의 라이벌이다. 결국 고객의 시간점유율을 누가 가져갈 것이냐는 싸움이다. SK 야구경기란 상품 자체가 재미있어야 하고, 맛있어야 하며 친절해야 한다. 문학구장 주변에 철로를 깔고 미니 기차를 운행할 것이다.
와이번스랜드는 기존 1루쪽은 성인용 해피존으로, 신설될 3루쪽은 어린이용 키드존으로 테마파크화할 방침이다. 이 사이에 200m에 달하는 철길을 깐다. 시즌 개막 때까지 완성 예정이다. 궁극적 목표는 SK 와이번스를 행복 팩토리로 만드는 것이다. SK그룹의 경영이념은 고객 행복이다. 와이번스 역시 팬에게 돌려주겠다.”
-스포테인먼트가 신 사장의 리더십에 편중됐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실무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스포테인먼트 2.0만 해도 직원들이 구상한 작품이다. 작년엔 사장이 진두에 서서 방향을 설정했다면 이젠 자발적 조직문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연간회원권을 1280장 팔았는데 올 시즌 3000장을 목표로 걸었다. 그런데 직원들이 스스로 5000장을 팔겠다고 하더라. 이제 관리의 시대는 갔다. 창의의 시대다. 그러려면 직원들이 신나서 일해야 한다.”
-센테니얼 문제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신 사장은 이전부터 프로야구의 위기를 경고해왔는데 센테니얼, 즉 우리 히어로즈 구단의 구조조정 기류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히어로즈의 코스트 다운은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거품 빼기가 능사는 아니다. 대박선수도 한두명 나와야 꿈을 갖고 야구할 것 아닌가. 프로야구가 잘 돼야 또 다른 대기업이 들어올 수 있지 않겠나. 가령 SK가 성공을 거듭하면 저번에 무산된 KT도 생각을 달리할 수 있을 것이다. SK가 롤모델이 된다면 다른 구단도 변할 것이고, 프로리그 전체가 부흥될 수 있다. 야구상품의 소비가 촉진되려면 인센티브가 작동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신 사장과 김성근 감독의 신뢰가 깊어지는 듯하다. SK의 전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목표는 우승이다. 4강 아래로는 생각도 안 해봤다. 김성근 감독님이 2군의 1군화를 내걸었는데 장기 레이스는 부상선수가 없어야 이긴다. 투자할 땐 해야 된다고 보고 2군의 해외 전훈을 지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2009년 SK 와이번스의 감독은 김성근인가, 이만수인가.
“솔직히 결정권자인 나도 모른다. 다만 타이밍은 염두에 두고 있다. 아마 9월쯤 되면 알게 될 것이다.(웃음) SK의 문화는 실무자에게 전권을 준다. 대신 책임은 임명권자가 진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