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부진으로 고전해 온 세계 3위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미국 모토로라가 26일(현지시간)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별도 회사로 분리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LG전자가 올해 1분기(1~3월) 사상 최대의 휴대전화 판매 실적을 거둬, 일본 소니에릭손을 제치고 휴대전화 시장 4위에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등 세계 휴대전화 업계에 지각변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모토로라는 휴대전화 부문의 지난해 적자가 12억 달러(약 1조1844억 원)로 부진한 상황에서 모토로라 지분을 매입한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 등이 회사 분리를 요구한데 따라 두 개의 상장(上場) 주식회사로 분할하기로 했다.
분리 작업은 내년 쯤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며, 분리된 두 기업 중 한 곳은 휴대전화에 주력하고 다른 한 곳은 TV셋톱박스, 통신장비 등의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그레그 브라운 모토로라 최고경영자(CEO)는 "분리를 통해 자본구조가 최적화되고 경영의 유연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휴대전화 부문을 이끌 새 CEO를 영입할 예정이나, 분리된 휴대전화 사업의 매각방침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 5위인 LG전자는 지난해 하반기(7~12월) 유럽 및 북미 시장에 내놓은 뷰티폰(100만 대), 보이저(70만 대), 비너스(50만 대) 등 신제품의 판매량 호조에 힘입어 휴대전화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우리투자증권, 대신증권, 모건스탠리 등 국내외 투자기관은 당초 2200만 대 였던 LG전자의 1분기 휴대전화 판매량 예상치를 최근 2290만~2400만 대로 상향 조정했다. 이 회사의 최대 판매량은 지난해 4분기(10~12월) 2370만 대였다.
같은 기간 중 판매 부진에 빠진 소니에릭손은 2510만 대였던 1분기 판매 예상치를 2200만 대로 하향 조정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 도이체방크는 1분기 LG전자의 휴대전화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연간 7.2%에서 1.1%포인트 늘어난 8.3%, 소니에릭손은 8.0%로 순위 변동을 예상했다.
LG전자가 소니에릭손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서는 것은 2006년 2분기(4~6월) 이후 7개 분기 만이다.
휴대전화 업계에서는 특히 사업분리에 나선 모토로라의 1분기 판매량이 3000만 대 초반에 그칠 것으로 관측하면서 소니에릭손, LG전자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가트너, CCS인사이트 등 시장분석 기관들은 "모토로라가 휴대전화 사업을 분사(分社)하는 등의 변화를 겪는 동안 경쟁사들이 점유율을 늘리는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세계 1위 핀란드의 노키아를 추격하는 삼성전자도 중국 후이저우(惠州) 공장 등 신규공장의 중저가(中低價) 제품 생산량을 늘리고 베트남 공장 투자를 확정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문 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직 애널리틱스는 올 2월 보고서에서 "노키아의 1분기 예상 판매량은 직전 분기 대비 2230만 대 줄어든 1억1120만 대에 그치는 반면, 삼성전자의 판매량은 직전 분기보다 20만대 늘어난 4650만 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김용석기자 nex@donga.com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