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에 사람들의 관심이 많다.
해외 명품 브랜드가 늘어나면서 크고 작은 패션쇼도 많아졌다. 그만큼 대중이 패션쇼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도 늘었다. 패션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한 남성들도 패션쇼 이야기를 할 정도다. 그러나 정작 패션쇼는 누구를 위하여 열리는지, 누가 오는지, VIP로 초대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패션쇼에서 선보인 옷들이 어떤 식으로 대중에게 접근하는지를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패션쇼는 패션 디자이너들이 한 시즌을 시작하면서 보여주는 무대다. 크게 봄, 여름과 가을, 겨울 두 차례로 나뉘어 열린다. 크리스티앙 디오르나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 활동하던 시절에는 상류층을 위한 작은 살롱 쇼를 열었다. 오드리 헵번이 주연으로 나왔던 ‘마이 퍼니 페이스’를 보면 알 수 있듯 소규모로 특정인들을 위해 맞춤 주문을 받기 위한 쇼를 열다가 프레타포르테(기성복) 시대가 열리면서 지금의 컬렉션 형태로 발전했다.
새로운 계절을 맞아 패션 디자이너들은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색상이나 디자인에 이야기를 불어 넣어 무대에 선보인다. 럭셔리한 스타일의 구찌나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화려하면서도 강렬한 무대를 연출한다. 마크 제이콥스 같은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디자이너는 풀밭을 깔기도 하는 등 자신만의 무대를 선보인다.
세계 4대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은 뉴욕, 런던, 파리, 밀라노 컬렉션이 있다. 이 외에도 도쿄 컬렉션이나 서울에서 열리는 서울 컬렉션과 스파(SFAA) 컬렉션 등이 있다.
컬렉션에는 쇼를 보고 제품을 구입할 백화점 및 매장 바이어와 기사를 쓰고 화보를 찍어줄 패션에디터, 브랜드 매출에 기여한 VIP 고객들이 손님으로 참석한다.
화려한 패션쇼가 열리는 무대와는 달리 무대 뒤는 마치 카오스 세계와 같다. 연이어 시작되는 쇼에 늦지 않기 위해 모델들은 뛴다. 거기에 맞춰 헤어와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손놀림도 빨라진다. 쇼가 시작되기 전까지 정교한 수작업으로 바느질을 하는 디자이너가 있는가 하면 샴페인을 마시며 쇼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디자이너도 있다. 필자는 패션에디터 시절 세계 여러 나라 도시를 돌며 취재했다. 하루에 보통 여섯 개 정도의 쇼가 열리고 파리나 밀라노 같은 곳은 8∼10개가 열린다. 패션쇼를 쫓아다니면서 취재를 끝내면 녹초가 된다.
몸은 피곤하지만 무대 위에서 봤던 의상 속에서 샤넬의 트위드 재킷이나 디올의 아워글래스 룩처럼 한 세기를 이끌어가는 ‘불후의 명작’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흥분되기도 한다. 무대에서 선보인 의상이 쇼윈도에 걸리면 새 유행이 시작된다.
서은영 패션 스타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