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은요? 한국 사람들만 있는 것 같네요…”
2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 ‘2008 추계 서울 패션 위크’(사진) 7일 째인 이 날 세계 3대 패션쇼 중 하나인 프랑스 파리 ‘프레타포르테(기성복)’의 장피에르 모쇼(64) 협회장이 행사장을 찾았다. 처음 서울컬렉션을 참관한 그에게 소감을 묻자 “패션쇼장 등 전체 시스템은 뛰어난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행사가 너무 ‘집안’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2000년 10월 시작된 서울컬렉션은 올해 16회 째다. 2004년 11월부터는 ‘세계 5대 컬렉션 육성’을 목표로 서울패션아티스트협의회(SFAA), 뉴웨이브인서울(NWS), 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KFDA) 등 국내 패션 디자이너 단체를 한데 모아 통합 패션쇼를 열며 규모를 키웠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은 감히 동북아 패션의 중심지라고 자부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패션 관계자들은 “서울컬렉션은 별로…”라고 고개를 가로 젓는다. 이들은 오히려 모쇼 회장의 쓴 소리에 공감한다. 일각에선 “집안잔치 벌여놓고 우리끼리 헹가래를 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전 세계 16개국 80여명의 유력 바이어와 12개국 30여명의 유명 언론인 참가’라는 가슴 벅찬 서울시의 자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울컬렉션은 질적으로 향상되지 않았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외국 기자는 “서울컬렉션의 주인은 패션이 아니라 연예인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인기 연예인이 나타나면 사진사뿐 아니라 행사 진행 요원들까지도 ‘런웨이(무대)’를 가로질러 뛰어나가 사진 찍기에 바쁘다. 행사 중간에도 연예인의 표정을 놓치지 않으려고 아랑곳 않고 ‘폰카(휴대전화기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관람객들은 패션쇼의 맥을 끊어 놓는다. 이들에게 패션쇼는 ‘뒷전’으로 보였다.
연예인들이 ‘객(客)’이 아닌 ‘왕(王)’이 된 데에는 그들을 홍보하는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패션쇼를 알리는 e메일은 제목부터 ‘연예인 누구누구 출연’으로 시작한다. 디자이너의 패션 경향이나 콘셉트 등 패션에 대한 내용은 그 다음이다.
혜박, 한혜진, 강승현 등 세계 무대를 휘젓는 모델부터 우영미, 정욱준 등 세계로 뻗어나가는 디자이너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날 패션 행사가 손님 없는 ‘집안 잔치’인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일까.
김범석 산업부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