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5년 동안 이라크전쟁에서 숨진 미군의 수가 4000명에 이른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 피해 집계 사이트인 ICCC(icasualties.org)에 따르면 미군 부상자 수도 2만9000명이 넘었으며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라크전쟁에 따른 재정적 비용도 늘어나고 있다. 직접적인 전쟁 비용이 6000억 달러(약 594조 원) 정도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간접적인 비용을 더한 전체 비용이 3조 달러(약 2970조 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이라크전쟁으로 미국이 더 안전해졌다면 이러한 비극적인 비용은 참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더 안전해지지 않았다. 이라크전쟁 때문에 미국은 세계 여러 우방 국가들과 멀어졌고 적들에게는 용기를 북돋워 줬다.
지금 미국의 정보기관들은 알 카에다가 조직을 정비해 예전보다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은 미국을 더 고립시켰고 미국에 대한 세계의 존중, 특히 200만 이슬람교도의 존중은 더 약화됐다. 고문, 테러범 인도, 비밀감옥 등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면서 미국의 명예도 희생됐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앞서 말한 문제들을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다. 존재하지도 않았던 대량살상무기의 위협을 내세워 이라크전쟁 참전 결정을 내렸던 것을 그도 강하게 옹호하지 않는다. 그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이 매우 잘못되고 있다는 것도 인정하며 미군의 역할이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알 카에다가 전열을 정비했다는 것도, 미국이 세계의 지지를 잃고 명예마저 훼손됐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케인 의원은 “앞으로도 몇 년 동안 이라크전쟁에 헌신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이 손을 떼면 이라크의 내전이 격화되면서 이 지역이 불안정해질 것이고, 그러면 미국의 안전이 위협을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사실 미군이 이라크에 계속 주둔한다면 지속적인 인력과 자금 소요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미군이 이라크에서 떠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를 점령하는 것 자체가 지역의 분할과 폭력을 부르는 원인이 돼 왔다. 이라크 문제를 풀기 위한 미국의 유일한 정치적 해법은 이라크에서 미군 철수를 시작하는 것이다. 더는 미군이 이라크 내전의 ‘중간 감시자’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미국 경제가 침체기로 접어들었지만 이라크전쟁에는 매달 12억5000만 달러가 계속 소요된다. 지난해 이라크전쟁에 사용한 1380억 달러는 보험을 들지 못한 4500만 명의 미국인에게 건강보험을 들어주고, 3만 명의 교사에게 급여를 주고, 400개의 학교 건물을 짓고 160만 채의 집을 고쳐 30%의 난방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돈이다. 이 돈으로 약 100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 수 있다. 앞으로 다가올 5년 동안 이라크에 1조∼2조 달러를 더 쓴다면, 미국은 해외 안보와 국내 경제 안보의 기초를 위태롭게 하면서 미래를 허비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결정해야 한다. 지금까지와 같은 일을 계속할지, 아니면 미군을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고 우선순위를 바꾸어 미국을 안에서부터 강하게 만들지를. 이것은 운명적인 결정이 될 것이다.
제시 잭슨 목사·흑인 인권운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