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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의 ‘낡은 수법’ 어깃장 無益하다

입력 | 2008-03-28 03:02:00


북한이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개성공단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어제 개성공단 남북경제협력사무소의 남측 상주 당국자 11명을 강제 철수시켰다. “북핵 문제의 타결 없이는 개성공단의 확대가 어렵다”는 김 장관의 19일 발언은 이명박 정부의 새 대북정책 기조를 담은 원론적인 얘기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를 구실 삼아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은 도발이나 다름없다.

북한의 도발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의 표시로 보인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일방적인 대북지원과는 달리 최소한의 호혜(互惠)조치를 요구하는 상호주의에 대한 반발이다. 새 정부의 실용적 대북정책이 구체화하기 전에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4·9총선을 앞두고 남북관계의 경색 가능성을 과장함으로써 남측의 좌파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떤 경우든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정부는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북은 과거에도 이처럼 상투적으로 어깃장을 놓곤 했다. 해마다 적지 않은 규모의 식량과 비료를 받아가면서도 큰소리를 쳤고, 사소한 일을 트집 잡아 대화를 중단하기도 했다. 김, 노 정부의 대북 저자세가 이런 행태를 조장해 왔다. 이런 일이 더는 되풀이돼선 안 된다.

햇볕론자들은 북의 이번 행동에 내심 “거 봐라”라고 할지 모르나 지난 10년간 퍼주기의 대가가 핵 개발이었음에 대해 반성부터 해야 옳다. 혹여 철지난 북풍(北風)이라도 기대한다면 남북관계의 바뀐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북핵 문제는 해결의 기미가 없다. 작년 말에 완료됐어야 할 핵 프로그램 신고는 농축우라늄과 시리아와의 핵 협력 의혹에 걸려 전혀 진전이 없다. 한미 양국 정부는 그제 “시간과 인내심이 다해가고 있다”는 경고까지 했다. 그런데도 핵을 가진 채 남한으로부터 경제지원도 받고 미국과의 관계개선도 하겠다는 것은 망상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북이 핵을 폐기하면 이전보다 더 과감한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북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핵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고, 경협이든 국군포로 문제든 호혜원칙에 따라 새 정부와 협조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