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소외자지원 6대 방안 발표
정부가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의 신용 회복을 위해 원금과 이자의 일부를 삭감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신용등급이 낮은 ‘금융 소외자’들이 대부업체에서 높은 금리로 빌린 대출을 제도권의 저금리 상품으로 바꿀 수 있도록 정부가 보증해 주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소액서민금융재단 출범식에 맞춰 ‘소외계층 뉴스타트(NewStart) 2008 프로젝트’의 금융 부문인 ‘금융 소외자 지원을 위한 6대 방안’을 발표했다.
○ 사(私)금융 이용자 지원에 중점
금융위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산하에 ‘신용회복기금’을 신설해 신용불량자의 원금과 이자를 삭감하고 신용 회복을 지원한다. 이 기금은 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한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1조6000억 원)과 생명보험사가 출연할 상장(上場) 이익금 등으로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신용회복기금은 금융회사의 연체된 채권을 넘겨받아 대출자와 새로 원리금 상환 계획을 짜면서 채무를 재조정하게 된다. 자산관리공사는 2005년에도 30개 금융회사로부터 신용불량자의 채권 13조6853억 원(원리금 기준)을 6170억 원에 사들여 대대적인 채무 재조정에 나선 바 있다.
김광수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5월 말까지 제도권 금융회사와 1만8000여 개 대부업체로부터 연체 채권의 현황을 파악한 뒤 채무 재조정 대상을 정할 것”이라며 “대부업체 이용자에게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또 신용회복기금은 대부업체 이용자가 은행 등 제도권의 저금리 대출로 옮겨가는 ‘환승 론(loan)’에 보증도 해줄 방침이다.
○ 휴면예금으로 저소득층 지원
은행, 보험사 고객이 찾아가지 않은 휴면예금 및 보험금을 기초로 소액서민금융재단이 이날 설립됐다. 재단은 금융회사의 출연금인 2000억 원 외에 매년 발생하는 휴면예금 약 400억 원을 운용한 수익 등으로 △저소득층의 창업자금 대출 △2년 이상 상환 연체가 없는 신용불량자 자녀의 학자금 대출 △고아 등 소외계층을 위한 보험 개발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구체적인 지원 대상을 다음 달까지 결정한 뒤 5월 중 사회연대은행 등 복지사업 담당자를 선정해 6월부터 본격적인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신용회복위원회가 하고 있는 신용대출을 고려할 때 재단의 신용대출 한도는 1인당 500만∼1000만 원, 금리는 연 2∼4%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신용 기록도 삭제, 도덕적 해이 논란도
금융위는 이와 함께 신용불량자의 ‘신용 기록’의 일부를 삭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신용불량자가 신용 회복 절차에 들어가면 원금을 상환한 뒤 5년 동안 연체 기록이 남고, 최장 8년 동안 ‘신용 회복 중’이라는 기록이 남는다.
금융위 측은 “신용회복지원자 100만 명 중 2년 이상의 기간 중 연체 없이 원리금을 상환하는 사람이 25만 명”이라며 “은행 및 은행연합회와 협의해 이들의 ‘신용 회복 중’ 기록을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이날 정부가 발표한 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채무 재조정은 대부업체 등 금융회사가 신용회복기금에 넘긴 연체 채권에 대해서만 가능하지만 대부업체가 얼마나 이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2005년 3월에도 신용불량자 구제 대책이 있었는데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앞으로도 구제책이 나오겠지’ 하는 기대감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