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30일 SK전 봉중근 선발 카드는 고육지책에 가까웠다. LG 벤치는 홈 개막전이자 절대 지고 싶지 않은 4월1일 삼성전을 대비하기 위해 에이스 박명환을 아꼈다. 박명환과 원투펀치를 이루는 용병 선발 옥스프링은 아직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였다.
전날 개막전에서 브라운을 소진한 LG는 실질적 제4선발인 봉중근을 올렸지만 객관적 매치업에서 SK 김광현에 밀릴 것이란 예상이 중평이었다. 그러나 봉중근은 지난 시즌 문학구장에서 13이닝을 던져 무실점, 2전 전승의 데이터를 갖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전부 김광현 상대 승리였다.
봉중근은 “문학구장 마운드에 서면 홈 플레이트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란 소감처럼 2007년 한국 프로야구 데뷔 이래 최장이닝(7.2이닝) 투구를 펼쳤다. 104구를 던지며 삼진은 7개나 뽑아냈다. 또 “바깥쪽 체인지업과 몸쪽 직구가 전부 잘 들어갔다. 체인지업이 주무기이기에 우타자가 더 자신있다”란 자평으로, 그를 겨냥해 우타자 일색으로 라인업을 구상한 김성근 SK 감독의 의도를 일축했다.
마운드에서 역동적 동작으로 동료들을 독려하기까지 했던 봉중근은 “오키나와 캠프에서 이틀 연속 200개 투구도 했다. 스피드가 6회 넘어가도 줄지 않아 자신감이 더 붙었다”고 언급, 오버 페이스 우려도 불식했다.
봉중근은 8회 투아웃까지 4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막아낸 뒤 벤치에서 동료 투수와 나란히 서서 초조하게 추이를 살폈다. 마무리 우규민이 9회 마지막 타자 모창민을 1루 땅볼 처리하고, 3-1 승리를 확정짓자 옥스프링은 “에이스”라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봉중근의 승리투 덕분에 LG는 전날의 연장 끝내기 홈런 패배 충격에서도 하룻만에 벗어났다. 아울러 농구단 LG 세이커스가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삼성에 패한 아픔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게 됐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