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SK 마케팅 담당 김혜진 매니저는 지난달 31일 KT&G와의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팀이 패한 뒤 큰 걱정을 했다.
SK가 비록 2연패로 탈락했지만 경기 후 팬들과 만남의 자리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 자칫 속이 상한 선수들이 굳은 표정으로 팬들을 뒤로한 채 가버릴까 봐 염려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SK 선수들은 누구 하나 인상 찡그리는 법도 없이 팬들과 한데 어울려 사진을 찍고 사인도 해줬다. 부상으로 무릎에 붕대를 감은 방성윤까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2경기 모두 아쉬운 패배였기에 다들 속은 까맣게 탔지만 팬들과의 소중한 약속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이날 체육관에는 월요일이었지만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최다인 7315명의 만원 관중이 찾았다. 지난 토요일 KT&G의 홈인 안양 경기는 주말 오후였는데도 4460명이 찾았으며 원정팀 동원 관중 1000명을 빼면 SK 홈 관중의 절반에 불과했다.
올 시즌 SK는 스포테인먼트를 표방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관중몰이에 성공했다. 프로농구 사상 첫 홈 관중 15만 명을 돌파해 15만7786명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SK가 홈에서 승승장구한 것도 아니었다. 홈 승률은 12승 15패로 전체 승률(29승 25패)을 밑돌았다.
승패에 상관없이 경기 종료 후에는 늘 선수와 팬들이 호흡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고 패러디 CF, 별명 유니폼 등 끊임없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 결과다. 무릎담요와 외투 봉투 제공, 게임기 대여 등 편안한 관전을 위해 섬세하게 신경 쓴 것도 효과를 봤다.
비록 구단의 만성 적자 구조를 벗어나려면 아직 멀었지만 SK는 정규리그에서만 전년도보다 2억3000만 원 증가한 5억2000만 원의 입장 수입을 올려 자립기반을 위한 첫발을 뗐다. 성적지상주의에 매달려 이기기만 하면 팬들은 그냥 찾아온다는 듯 거친 경기 중 항의 같은 볼썽사나운 장면을 일삼는 일부 구단의 행태와도 대조적이었다.
SK는 6년 만에 어렵게 올라온 플레이오프를 2경기 만에 마감했어도 코트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