룽굴라씨 한국서 새마을운동 배워 고향서 지도자 활동
경북도-새마을중앙회 내달 콩고민주공화국 방문키로
“아프리카 나라들은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배울 필요가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유엔본부에서 열린 아프리카 빈곤 퇴치 개발계획 회의를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제성장에서 성공한 한국에서 배울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경북에서 싹을 틔운 새마을운동이 아프리카 중부의 콩고민주공화국을 ‘깨우고’ 있다. 경북도와 새마을운동중앙회는 다음 달 콩고를 방문해 아프리카에 적합한 새마을운동의 모델에 관한 컨설팅을 할 예정이다.
새마을운동이 콩고에까지 전파된 것은 콩고 출신 새마을 지도자의 강한 의지 때문이다.
주인공은 은쿠무 프레이 룽굴라(48) 씨. 1985년 콩고의 수도 킨샤사에 있는 대학에서 어업을 공부한 뒤 1998년 충남 천안시의 한 대학에 유학 와 인류학 공부를 시작했다.
콩고라는 명칭은 콩고 강 유역에 사는 ‘바콩고’라는 부족 이름에서 딴 것으로 ‘사냥꾼’이라는 뜻이다.
그는 10년 넘게 한국에 살면서 새마을운동에 푹 빠졌다. 새마을운동이야말로 고국의 가난을 이겨내게 할 가장 적당한 모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에서 배운 새마을운동으로 2004년 콩고에 새마을회를 설립해 ‘내 집 만들기’, ‘내 농장 만들기’, ‘우물 파기’, ‘양어장 설치하기’ 등의 활동을 벌였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그는 수시로 콩고를 내왕하고 있다.
2005년 3월 조제프 카빌라 콩고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는 비서진에게 새마을운동을 통한 콩고 발전계획 방안을 전달했다. 이는 콩고에 새마을운동이 본격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룽굴라 씨는 올해 2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경북도를 찾았다. 새마을운동 프로그램을 다른 곳에서도 알 수 있지만 ‘새마을 정신’만은 발상지인 경북에서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새마을운동을 상징하는 푸른색 조끼를 즐겨 입으며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지난달 김관용 경북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콩고 곳곳에서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새마을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다”며 “콩고가 지금은 매우 가난한 나라지만 자원이 풍부해 새마을운동에 불을 지피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경북도가 콩고를 방문해 새마을운동을 지도해 주면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꿈이 크다. 올해부터 2010년까지 콩고뿐 아니라 아프리카 전역에 새마을운동을 전파할 계획이다. 이달 중으로 콩고에 돌아가 새마을운동 보급에 몰두할 예정이다.
경북도는 새마을운동중앙회와 공동으로 콩고에서 새마을운동이 전개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새마을봉사과 엄기정 과장은 “콩고가 정부 차원에서 새마을운동을 무척 고마워하는 만큼 새마을운동을 가교로 자원 확보 등 다양한 협력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