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색)의 본의는 顔色(안색), 즉 얼굴빛이다. 그로부터 색과 빛깔의 뜻이 나왔다. 또 春色(춘색)처럼 광경이나 경치, 喜色(희색)처럼 기색이나 표정, 行色(행색)처럼 차림새나 태도의 뜻으로 확대되었다. 위의 구절에서처럼 여성의 미모를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情欲(정욕)의 뜻도 있다. 그래서 女色(여색)은 여성의 미모 또는 미인의 뜻 외에 여성과의 육체관계를 뜻하기도 한다. 迷(미)는 迷惑(미혹)되다 또는 昏迷(혼미)하다의 뜻과 미혹시키다 또는 유혹하다의 뜻이 있다. 길을 잃거나 헤매다 또는 심취하거나 빠지다의 뜻도 있다. 迷路(미로)는 길을 잃다의 뜻도 되고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길도 된다.
위의 迷人(미인)은 사람을 미혹시키는 것이고, 人自迷(인자미)는 사람이 스스로 미혹되는 것이다.
情人(정인)은 戀人(연인)이나 愛人(애인)이다. 현대 중국어의 愛人(애인)은 마오쩌둥 시대 이래 주로 아내나 남편을 가리키므로 情人(정인)과 차이가 난다. 眼(안)은 눈을, 裏(리)는 속 또는 안을 뜻한다. 西施(서시)는 중국의 대표적 미인이다. 춘추시대 越(월)나라 여인으로 원수 사이인 吳(오)나라에 보내져 그 왕인 夫差(부차)를 미혹시켜 월나라가 오나라를 멸하여 복수하게 하였다.
미색은 무심한데도 사람들은 제 스스로 그에 미혹되고 빠져든다. 또 사랑하는 이의 눈에는 상대가 유난히도 아름답게 보인다. 거기에는 남녀의 차이가 있을 리 없다. 그렇게 이성 간에는 이성적이지 못한 면도 있고 객관적이지 못한 면도 있다. 그래서 탈도 생기지만 또 그 덕분에 우리 삶에 설렘과 기쁨도 늘어난다. 淸(청) 黃增(황증)의 ‘集杭州俗語詩(집항주속어시)’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