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무 살인 최예은(사진) 씨는 “경력을 쌓기 위해 음악을 도구로 쓰기보다는 음악을 위해 자신을 도구로 쓰고 싶은” 신세대 바이올리니스트다. 그는 11년 만에 한국을 찾은 캐나다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협연한다.
협연곡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 G장조. 지난달 27일 밤 독일에서 전화 인터뷰에 응한 최 씨의 음성에는 이 곡을 만들 무렵의 열아홉 살 모차르트를 연상시키는 발랄함이 넘쳐났다.
2003년 독일 레오폴트 모차르트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2006년 몬트리올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각각 2등을 차지한 최 씨는 2005년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안네조피 무터의 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돼 연주활동 지원을 받고 있다.
9세 때 모차르트의 음악을 처음 접했다는 최 씨는 “지금도 모차르트를 연주하는 시간에는 다시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협주곡 3번은 아기 천사가 여기저기 사랑을 퍼뜨리며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같은 핑크색 음악이에요. 스트레스나 고민이 있을 때는 연주하기 어려워요.”
최 씨를 지원하고 있는 무터가 1978년 15세 때 카라얀의 베를린 필과 함께 연주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은 무터의 최고 명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무터는 최 씨에게 연주를 직접 가르치지는 않지만 이따금 연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갖는다.
“무터 선생님은 제가 그리는 이상형의 음악가입니다. 대화에서 음악 외에도 많은 걸 배워요. 가정과 사회생활에도 충실해야 정말 좋은 연주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시거든요. 몸매 관리도 프로페셔널 하잖아요.”
최 씨는 3년 만에 두 번째로 협연하게 된 몬트리올 심포니에 대해 “센티멘털한 연주로 솔리스트를 푸근히 감싸 주는 오케스트라”라고 말했다. 프랑스어가 공용어인 퀘벡 주에 근거를 둔 몬트리올 심포니는 프랑스적 감성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협연하면서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오케스트라를 만날 때가 간혹 있어요. 그러면 저도 모르게 조금 ‘오버’를 하게 되죠. 몬트리올 심포니는 소박하고 편안해요. 지휘자 켄트 나가노 선생님도 열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음악 안에서 여유를 찾는 걸 즐기시는 분인 것 같아요.”
1987년 세상을 떠난 영국의 첼리스트 재클린 듀프레처럼 “친구에게 털어놓는 진심과 같은 연주를 하고 싶다”는 최 씨.
“연주회를 마치고 만난 관객 한 분이 ‘바이올린 소리가 사람 목소리 같아서 좋다’고 말씀해 주신 적이 있어요. 음악을 시작하고 나서 들었던 가장 기쁜 이야기였습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