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으로 이적 마음고생 끝!
아내-엄마-선수 다 잘해야죠”
커피숍에 앉아 있는 모습이 영락없는 모델 같았다. 바지, 셔츠, 재킷 모두 검은색으로 입고 커다란 목걸이로 멋을 내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운동복을 입고 머리를 질끈 묶은 ‘선수’로서의 그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최근 프로배구 V리그 결승전에서 GS칼텍스를 우승으로 이끌고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센터 정대영(27). 우승 뒤 남편과 함께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 팀 이적은 내 인생의 전환점
“GS칼텍스로의 이적이 인생의 전환점이었던 것 같아요.”
그는 현대건설에 몸담고 있던 2006년 당시 코트를 떠날 생각이었다. 부상에다가 더는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 때마침 자유계약선수(FA) 제도가 생겨나 그는 함께 뛰던 세터 이숙자와 함께 GS칼텍스로 둥지를 옮겼다.
배구 관계자들은 FA 대어인 그와 이숙자가 GS칼텍스로 옮기자 입을 모아 GS칼텍스를 우승 후보로 꼽았다. 하지만 리그 초반에 그는 부상과 급성 맹장염 등으로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주위에서는 ‘실패한 이적’이라고 말했다. “팀의 연패가 꼭 내 탓인 것만 같았어요. 나 때문에 졌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부담이 더 컸어요.”
속을 끓이고 있던 그에게 팀 동료들과 코칭스태프는 질책 대신 애정으로 대해 줬다.
“우승이 확정되고 가장 많이 했던 말이 ‘고맙다’라는 말이었어요. 그들이 아니었으면 우승도, MVP도 없었을 거예요.”
○ 시댁 식구의 배려로 경기서 펄펄
“결혼으로 배구와 인생의 든든한 아군을 만났어요.”
대학 때까지 배구선수였던 남편은 그의 경기를 빠짐없이 보며 조언을 해준다. 하지만 가끔 경기를 지고 집에 들어오면 위로를 기대한 그와 따끔한 충고를 하는 남편 사이에서 가벼운 입씨름이 벌어지곤 한단다.
“그래도 남편의 조언이 큰 힘이에요. 결혼한 뒤로 10개월 지났지만 같이 지낸 건 1개월밖에 안 됐어요.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그는 결혼으로 더욱 든든한 ‘아군’도 얻었다. 바로 시댁 식구들. 그에 대한 시댁 식구들의 애정은 다른 선수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 시댁에 명절을 쇠러 갈 때면 그는 항상 소파나 침대에서 쉰다. 훈련과 경기로 항상 피곤한 그에 대한 시댁 식구들의 배려다.
“솔직히 마음은 불편해요. 그럴 때면 지금은 경기에 집중하고 나중에 집안일 해도 된다고 얘기해줘 항상 고마워요.”
그는 1년 뒤 그를 닮은 2세를 낳을 계획이다. 그는 “출산한 뒤 주부와 애 엄마로 다시 코트에 복귀하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정대영은…:
△1981년 8월 12일생 △출신교=충북여중-양백여상 △체격=183cm, 73kg △가족=남편 김경철 씨 △포지션=센터 △수상 경력=2008년 V리그 챔피언전 MVP, 2006년 V리그 백어택상, 2005년 V리그 MVP, 득점상, 블로킹상, 수비상 △주요 경력=2004년 아테네 올림픽 배구 국가대표, 2006년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 국가대표, 2007년 제14회 아시아여자선수권대회 국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