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입출금 통장도 5% 넘게 파격금리”
《경기 의정부시 신곡동에 사는 주부 김현혜(35) 씨는 여윳돈이 생기면 정기예금이나 펀드에 주로 투자해 왔다. 하지만 아이들의 교육비, 가족의 병원비 등 목돈이 필요한 일이 자주 생겨 중도에 해지하는 바람에 정해진 수익률을 챙기지 못한 때가 많았다. 그러던 중 최근 은행에 들렀다가 5%가 넘는 이자를 주는 수시입출금 통장이 있다는 창구 직원의 말을 듣고 주거래 계좌를 옮겼다. 김 씨는 “정기예금 수익률과 비슷한 수준의 이자를 받으면서 필요할 때 돈을 뺄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시중 은행들이 최근 소액 예·적금통장, 수시입출금 예금통장 등 상대적으로 금융자산이 많지 않은 고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범용 통장’에 각종 혜택을 얹은 리모델링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 등으로 빠져나가는 ‘개미 고객’들을 잡아 두기 위한 일종의 ‘미끼상품’ 전략이다.
시중은행들의 주요 미끼상품 은행상품특징국민은행KB스타트통장평균 잔액 100만 원 이하면 연 4.0% 금리 지급가족사랑자유적금일반적금에 최고 5.8% 금리 지급(3년 만기)기업은행서민섬김예금2000만 원 이하 예금하면 최고 연 6.0% 금리 지급기업은행아이플랜 직장인신용대출월급 대비 일정비율 상환, 최저 연 6.4% 금리(급여 이체 조건)SC제일은행두드림(Do Dream)통장수시 입출금 방식에 연 5.1% 금리 지급(31일 이상 잔액 유지 조건) 자료: 각 은행
○ 소액 예금자용 상품 등장
기업은행은 1일부터 ‘서민섬김’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을 팔기 시작했다. 1년 만기 예금은 2000만 원까지, 적금은 월 50만 원까지 저축할 수 있다.
1년 만기일 때 예·적금 모두 기본금리가 연 5.4%. 이 은행의 다른 정기예금 기본금리(연 5.0% 안팎)보다 높다.
기업은행에서 거래를 처음 시작하는 고객에게는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추가로 얹어 준다. 또 기업은행으로 급여이체 통장을 옮기는 등 이 은행의 다른 상품에 함께 가입하면 0.3%포인트의 금리혜택을 더 받을 수 있다. 예·적금 모두 최고 금리는 1년 만기 기준으로 연 6.0%.
SC제일은행이 1일 내놓은 ‘두드림(Do Dream) 예금’은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예금이지만 연 5.1%의 금리를 준다. 이 은행의 다른 수시 입출금식 예금의 금리가 연 0.1%라는 점에서 파격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한 것.
31일 이상 예금을 넣어둬야 연 5.1%의 금리를 받을 수 있지만 예금 하한선이 없기 때문에 1원이라도 잔액이 남아 있는 상태를 31일 이상 유지하면 된다.
이 통장 이용자가 같은 은행 이용자에게 돈을 이체할 때는 수수료도 무제한으로 면제해 준다.
이 예금은 판매를 시작한 첫날 500억 원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며 2일까지 1만2000계좌에 800억 원의 예금이 들어왔다. 이 은행 상품 가운데 하루 만에 가장 많은 돈이 몰렸던 마이드림통장(하루 390억 원 예금 유치)의 기록도 깼다.
○ 우대금리 미끼로 추가 거래 유도
이런 은행권 미끼 상품의 목표는 자기 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 주거래 계좌가 있는 은행의 신용카드, 기타 예·적금 상품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또 이전까지 은행들은 주로 각종 이체 수수료를 깎아 주거나 면제해 주는 상품으로 주거래 계좌의 이탈을 막았지만 최근에는 이자율을 높여 주는 등 혜택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내놓는 소액 우대상품의 혜택을 충분히 보려면 해당 은행의 다른 상품을 같이 이용하는 등의 조건에 부합해야 한다.
통장의 평균 잔액이 100만 원 이하일 때 연 4%의 금리를 주는 국민은행의 ‘KB 스타트 통장’의 가입자가 실제 4%의 금리를 받으려면 여러 조건을 맞춰야 한다.
우선 18세 이상 32세 이하만 가입할 수 있다. 또 이 은행 통장으로 공과금을 자동 납부하거나, 이 은행 내 다른 금융상품으로 자동 이체하거나, KB카드를 써야 한다.
시중은행의 한 개인상품 담당자는 “은행은 소액예금 우대 상품 하나만으로는 수익을 챙기기 힘들지만 주거래 계좌를 유치해 고객을 늘리고, 다른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간접 수익 창출’을 노린다”고 설명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