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성과 집착않는
전략적 인내심으로
혁신을 업무로 의무화
수백만달러 날린 직원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낫다”
도전 장려 기업문화 구축
■ 구글 혁신 시스템의 비밀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라.’ 세계 최고 경영저널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4월호)는 가장 성공적인 인터넷 기업으로 평가받는 구글의 혁신 시스템을 집중 분석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밥슨칼리지의 발라 라이어 교수 등은 구글이 △전략적 인내심을 가졌고 △혁신 생태계를 구축했으며 △일정 근무시간을 혁신에 할애토록 의무화하면서 △실패를 장려하는 기업문화를 갖췄다고 진단했다. HBR 기사 전문은 다음 주에 발간되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 7호에 실린다.》
○ 전략적 인내심
구글이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기업 목표는 전 세계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에릭 슈미츠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300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구글은 다른 기업과 달리 단기적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을 추진한다. 당분간 검색 광고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검색 이외에 휴대전화 운영체제나 온라인 결제는 물론이고 대체에너지 사업에까지 뛰어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라이어 교수는 “현재 거대한 시장을 확보한 기업이나 대규모 사용자들의 도움으로 제품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업이라면 구글을 역할 모델로 삼아 전략적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혁신 생태계 구축
구글은 소비자와 콘텐츠 공급업체, 광고주, 혁신기업들과 함께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런 생태계에 참여하면 누구라도 구글이 개발한 서비스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우징맵스닷컴(housingmaps.com)이란 회사는 매물로 나온 주택을 구글 지도 서비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자체 시스템을 개발했다. 구글은 이런 개방적 혁신 모델을 구축해 더 많은 고객과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구글의 생태계 모델은 다른 기업들도 활용하고 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은 개발자들과 독립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최종 소비자 간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생태계 참가자 모두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 근무시간 일정 비율을 혁신에 할애
구글 기술직원들은 업무시간의 20%를 개인 프로젝트 수행에 할애해야 한다. 또 관리자들도 업무시간의 70%는 핵심 사업에, 20%는 다른 사업에, 10%는 신규 사업에 할당해야 한다. 공식 업무의 일환으로 혁신활동을 반드시 수행토록 제도화한 것이다. 20%의 자유시간을 준 것 같지만 오히려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게 구글 직원들의 반응이다. 한 직원은 블로그에 “이 제도가 여가 시간을 더 보장해준 게 아니다. 20%의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뭔가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내야 한다. 나는 아직 개인 프로젝트를 찾지 못했다. 만약 프로젝트를 만들지 못하면 인사고과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다”고 썼다.
구글은 직원들이 개인 프로젝트 시간을 주간이나 월간 단위로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따라서 핵심 사업에 8개월을 몰두하고 개인 프로젝트에 두 달을 쓸 수도 있다. 또 구글 CEO를 포함해 모두가 이 규칙을 지켜야 한다. 이런 자율 프로젝트를 통해 구글 뉴스와 G메일 등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했다. 구글 관계자는 “6개월 동안 50여 종의 신규 상품이 자율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 실패 장려
구글은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서비스와 신상품을 내놓고 있다. 슈미츠 CEO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얼마나 많은 상품을 시장에 내놨는지 잘 모르겠다”며 “거의 모든 직원이 신규 상품 수가 얼마나 되는지 헷갈려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상품을 많이 출시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때문에 실패도 자주 경험한다. 하지만 실패했다고 흔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슈미츠 CEO는 실패를 격려한다.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 씨도 수백만 달러를 날린 직원을 칭찬하면서 “나는 당신이 실수를 범한 게 기쁘다. 왜냐하면 지나치게 조심하느라 새로운 시도조차 안 하는 회사보다는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구글이 무모한 도전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구글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혁신 아이디어에 대해 정교한 테스트를 실시한다. 구글 및 협력사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와 고객 반응을 보고 새로운 서비스의 타당성도 검토한다. 특히 새 상품에 대한 고객의 수요가 얼마나 될지에 대해 직원들이 주식 거래 방식으로 예측하는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 직원들은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 대해 견해를 밝히거나 등급을 매길 수 있다. 한 구글 고위 경영자는 “우리는 똑똑하지만 데이터를 무시할 만큼 똑똑하지는 않다. 또 우리는 명석하고 의욕이 넘치는 수천 명의 직원만큼 똑똑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march@donga.com
국내 최초의 고품격 경영매거진 ‘동아비즈니스리뷰(DBR)’ 7호(4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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