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미야 세상을 주름잡아라/임정진 글·강경수 그림/40쪽·7500원·샘터(6세∼초등 1년용)
최고의 주름 회장을 뽑아라!
코끼리가 받은 편지다. 주름협회 회장 선거에 우수회원인 코끼리도 참석해 달라는 것. 코끼리가 주름협회 회원이라? 그 자글자글한 코끼리 코를 생각해 보라!
‘다리미야 세상을 주름잡아라’는 주름협회라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책이다. 코끼리를 돌봐주기 위해 함께 따라나선 사육과장 아저씨도 회원 자격이 충분하다. 이마에 주름이 많아서다.
세상에 주름잡힌 게 이렇게 많았다니! 주름협회에 몰려든 회원들을 보면 감탄이 나올 만하다. 주름치마는 기본이고 쪼글쪼글한 카펫에, 우글우글한 깃발에, 아코디언, 주름 호스, 주름 빨대까지, 온갖 주름들이 회의장에 모여든다. 협회 경비대장은 왕번데기, 회원 가입서는 병풍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을 때 생활 속에서 생각나는 주름 캐릭터들을 떠올려 보는 것도 재미날 듯. 구긴 종이로 만든 코끼리, 흰 종이를 접어 만든 부채 등을 촬영한 사진을 그림에 써서 사실감을 높인 아이디어 그림도 돋보인다.
‘사건’은 회장을 노리던 합죽선이 출입금지를 당하면서 일어난다. 빳빳한 새 종이를 바른 터라 누구도 주름협회 회원으로 여기지 않았던 것. 위기의 합죽선을 구한 건, 다리미다. 모든 주름의 적일 것 같은 다리미가 종이를 착착 접어 주름을 잡아줬다.
이 이야기는 엉뚱한 발상을 통해 세상을 다시 보도록 한다. 사육과장 아저씨는 옷에 주름이 있으면 부인에게 화를 내기도 했고, 주름진 이마를 거울로 볼 때마다 한숨도 쉬었다. 그런데 주름협회 회원들은 서로 자기 주름이 멋지지 않으냐고 뻐긴다. 그런 주름들을 보니 싫기만 했던 부분이 나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부분만 보고서 좋다, 나쁘다고 여기는 단정적인 생각에 일침을 가하는 얘기다. 처음엔 빤빤협회 회원이었지만 하도 열심히 일해서 주름이 잡혔다는 가방의 웅변에 이르면 낡은 것들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는다.
이윽고 회장 선거. 주름치마가 다리미를 추천하자 회원들은 수군댄다. 다리미는 빤빤협회 회원, 주름협회의 적이 아니냐면서. 그런데 다리미가 입을 연다. “엉터리 잔주름을 펴지만 멋진 칼주름을 만든다”면서.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기 쉬운 아이들에게 다리미의 항변은 편견과 고정관념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를 유쾌한 비유로 일러준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