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들/폴 에얼릭 지음·전방욱 옮김/544쪽·1만8500원·이마고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과학부 교수인 저자는 세계적 진화생물학자다. 그는 ‘본성’ 대신 ‘본성들’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인간의 본성은 개인에 따라, 사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단수가 아닌 복수형으로 써야 한다는 취지다.
흉악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면 어떤 이들은 ‘인간은 원래 그렇다’며 본성을 탓한다. 그렇지만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도 있는 현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왜 똑같이 술을 마셔도 어떤 이는 쉽게 취하고, 어떤 이는 그렇지 않을까.
유전자 결정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부모, 즉 이전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를 우선 따진다. 암 유전자, 동성애 유전자, 범죄 유전자, 비만 유전자를 넘어 행복 유전자까지 거론된다. 그러나 같은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은 형제 사이에도 지능의 우열과 성격의 차이가 생기는 현상 앞에선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주장하기 어렵다.
저자는 인간의 본성이 유전자뿐 아니라 문화,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함께 진화해 왔다고 강조한다. 그는 특히 개체에서 개체로, 세대에서 세대로 비유전적 정보가 전달되는 ‘문화적 진화’가 인간의 본성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그는 출산을 단적인 예로 든다.
“만일 유전자가 우리의 본성을 결정한다면 우리는 가능한 한 많은 자식을 낳으려는 경향이 있는 동물적 유전자의 명령에 따라 되는 대로 아이를 낳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유전자의 명령에 순응하지 않는다. 자식의 수를 결정하는 것은 환경적 요인, 특히 우리가 속한 사회의 문화적 요인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