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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안양옥]‘女超교단’ 男교사 할당제로 풀자

입력 | 2008-04-05 02:55:00


교단의 여교사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도 전국 여교사 비율이 초등학교 74%, 중학교 64%, 고등학교(일반계고) 42%에 이르렀다. 특히 서울지역 초등학교의 경우 여교사 비율이 무려 83%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떤 도시에는 남교사가 단 한 명도 없는 학교가 있다. “남교사 담임을 만나면 행운이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미 교직사회 안팎에서는 여초 현상으로 학생의 생활지도와 성역할의 정체성 확립 등의 전인적 인성교육은 물론이고 학교 운영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불균형한 교사의 성비는 아동의 성역할 사회화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성역할 사회화는 자신이 속한 사회가 규정하는 성에 적합한 행동, 태도 및 가치를 학습함으로써 얻어지게 되는데, 학생들은 교사들과 생활함으로써 각자의 성역할을 배우게 되기 마련이다. 교사의 역할은 지식 전수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생의 성 정체성 역할 모델도 한다. 여교사 쏠림 현상은 성장기의 남학생에게 적절한 남성 역할 모델을 제공해 주지 못함으로써 이들의 성 정체성 함양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학생 생활지도 측면을 보자. 학업지도를 제외한 교내 폭력·왕따·안전사고를 비롯한 인성 및 생활지도 활동 등에 있어서는 여교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남교사가 적합하다는 논리는 문제의 소지가 많으나 양성의 고른 역할의 필요성은 충분하다.

학교 운영도 문제다. 여교사의 증가로 각종 학교 행사나 교직원 활동 및 업무처리, 복무관련 제도 및 시설에 있어서도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각종 행사 준비과정, 수련 활동, 운동회, 청소년 활동, 교외 활동지도 등 남교사가 할 일이 많은데도 그 수가 부족해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얼마 전 서울시교육청은 여교사 쏠림 현상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신규 임용 교사의 한쪽 성이 7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이를 16개 시도교육감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만일 이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그동안 불균형하게 진행된 학생의 생활지도와 학교 관리 및 경영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초중고 학부모 1056명(남녀 동수) 중 80.6%가 남교사 할당제 도입에 찬성했고 반대는 19.4%에 그쳤다. 게다가 현직 교원 1056명(남녀 동수)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교사의 73.9%가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교사들도 남교사 할당제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초중등 교육 과정에서 성 정체성의 확립을 위한 남녀 교사의 역할 모델이 중요하며, 학생 생활지도, 학교 운영 등에서도 남녀 교사의 일정한 역할 분담은 필요하다. 이제 우리 사회는 교사의 지나친 성비 불균형을 시정하는 것을 더는 미룰 수 없다. 문제가 더 심해지기 전에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국가공무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성비 불균형 해소를 위한 노력들이 ‘여성채용목표제’에서 출발해 ‘양성채용목표제’로 발전하고 있지 않은가. 교육과학기술부 또한 이 정책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서 교사의 성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주기를 당부한다.

안양옥 서울교대 교수 서울교총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