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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이창원]고통없이 작은정부 없다

입력 | 2008-04-05 02:55:00


2006년 12월 경기 부천시에서 시작된 ‘부적격 무능 공무원 퇴출제’는 울산을 거쳐 부산 경남 등 전국으로 확산됐고, 작년 서울시의 경우 퇴출후보 102명을 뽑아 58명만을 현업에 복귀시켰다. 서울시가 이번에는 6급 이하 직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4200여 명을 대상으로 ‘드래프트제’를 실시한다고 한다. 서울시 간부들이 세 번에 걸쳐 원하는 직원들을 선발한다고 하는데, 끝내 여기에 선발되지 못하면 ‘현장시정추진단’에서 재교육을 받은 뒤 최종 퇴출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철밥통 수난시대’가 온 것이다.

공무원 줄인 선진국 경기회복세

그러면 중앙정부의 사정은 어떤가. 노무현 정부는 ‘작은 정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른바 ‘일 잘하는 정부’가 중요한 것이라며 집권 중 지속적으로 정부 규모를 늘려왔다. 공사화된 철도청(2만9623명)의 인력까지 감안하면 집권 5년간 사실상 총 9만6379명의 인력을 늘려 무려 10.9%의 중앙정부 인력 증가가 발생했다. 노무현 정부의 조직 비대화는 공공지출의 낭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간부문에 대한 불필요한 개입과 간섭으로 인해, 공공부문 비대화→규제의 확대→경제성장률 저하→일자리 감소라는 연쇄반응도 발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하면 각종 행정규제가 매년 경제성장률을 0.5% 떨어뜨린다고 하는데, 노무현 정부의 행정규제 건수는 2002년 말 7724건에서 2006년 말 8084건으로 증가했다.

반면에 이런 문제점들을 이미 경험하거나 사전에 대비한 많은 선진 외국에서는 ‘작은 정부-큰 시장’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장관 수를 기존의 30명에서 15명으로 감축했고, 영국도 공무원 수를 1979년 73만 명에서 2001년까지 48만 명으로 34%나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일본 역시 2000년대 들어 1부 22성청을 1부 11성 1위원회로 대폭 감축하면서, 중앙행정기관의 정원을 1967년 90만 명에서 2007년에는 33만 명 정도로 무려 57만여 명을 감축했다. 독일은 1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정부혁신을 통해 정부기관의 수는 18.5%, 인력은 8.8% 감축에 성공했다. 이런 국가 대부분에서 뚜렷하게 경기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공무원 인건비 절감과 규제완화를 통해 민간부문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유럽형 환자’였던 영국과 독일, ‘잃어버린 10년’을 보낸 일본이 공공부문의 조직과 인력을 대규모로 감축함으로써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은 야당과의 지루한 개편 줄다리기로 결국 15부 2처 체제로 막을 내렸다. 인수위의 개편안은 획기적인 공공부문 축소안을 많이 포함했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부조직이 정치인들 ‘주머니 속 공깃돌’처럼 ‘주고받기의 대상’이 되는 바람에 세계 13위 경제규모의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인 미국과 동일하게 15개 부(部)를 갖게 됐다.

고통 따라도 성역없는 구조개혁을

여기에 조직 통폐합 과정에서 발생한 잉여인력을 이른바 ‘자리보전용’ 태스크포스팀으로 만들었다가 대통령의 질책으로 며칠 전부터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틈만 나면 공무원을 늘렸으니 앞으로 비대할 대로 비대해진 공공부문을 줄여나가는 고통이 엄청날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총리가 “구조개혁 없이는 경기회복도 없다”를 슬로건으로 정부개혁을 추진했듯이, 이명박 정부도 “작은 정부 없이는 선진화도 경제활성화도 없다”는 논리로 국정역량을 제고하고 성역 없는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조직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