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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허문명]한국식 장사

입력 | 2008-04-05 02:55:00


1988년 3월 29일 맥도널드 햄버거 1호점이 외국계 패스트푸드 업체로는 처음으로 서울 압구정동에 문을 열었다. 반미 목소리를 높였던 대학가에선 “미국 자본주의 아이콘이 한국을 점령했다”며 이를 ‘문화침탈’이라고 비판했다. 꼭 20년 만인 지난달 29일 프랜차이즈 치킨사업의 본고장 미국에 한국의 BBQ치킨이 상륙했다. 캘리포니아 주 오렌지카운티와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에 점포를 낸 것. 올해 미국 곳곳에 200여 개의 체인점을 낼 계획이라고 한다.

▷뉴욕 맨해튼 남부 그리니치빌리지 블리커 스트리트에는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가게 두 곳이 마주 보고 있다. 한국계 체인점 ‘레드 망고’와 ‘핑크 베리’다. 핑크 베리는 2005년 한국인 유학생 2명이 세운 체인으로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에 수십 개 점포가 있다. 2003년 한국에서 문을 연 토종 브랜드 ‘레드 망고’도 지난해 7월 로스앤젤레스와 라스베이거스에 1, 2호점을 낸 데 이어 올해 체인점을 30개로 늘릴 계획이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고급 주택가를 점령한 빵 가게도 한국의 ‘파리바게뜨’다.

▷외국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현지화’가 필요하다지만 이들 업체는 최대한 한국적인 방식을 택했다. BBQ가 세계 22개국에 진출해 로열티까지 받고 있는 것은 고객의 건강을 고려해 세계 최초로 치킨을 올리브기름으로 튀긴 데다 ‘빨리 빨리’ 마케팅을 활용한 덕분이다.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올 때까지 손님을 기다리게 하는 대신 식탁에 벨을 달아 앉자마자 종업원을 부를 수 있게 했고, 총알택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오토바이로 대학 기숙사에까지 총알배달을 했다.

▷공장에서 빵을 반만 조리한 뒤 가게에서 완성시키는 ‘냉동생지’ 기법도 즉석에서 신선한 빵을 먹게 하자는 파리바게뜨만의 노하우다. 중국 시장에 밀폐용기 붐을 일으킨 락앤락 신동훈 베이징법인 사장은 성공 비결에 대해 “앉아서 장사하는 문화가 강한 중국에서 문전박대 당하더라도 일일이 고객을 찾아다니자는 ‘한국식 영업’ 방식이 먹혔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역시 남이 가진 것보다 내가 갖고 있는 장점과 특색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지름길임을 알 수 있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