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에 ‘군사적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전화통지문을 보내온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기자실.
국방부 관계자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기자들이 전통문의 구체적인 내용과 의미를 물었지만 이 관계자는 말을 아꼈다. 그는 “북한이 먼저 전통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한 남북 간 전통문 비공개 관례를 준수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또 서해상 경계태세 강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군사적 대응책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걱정할 수 있으므로 언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답했다.
북한의 긴장고조 술책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국방부가 관련부처와 협의 끝에 북에 답신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더는 협박은 통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북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군 고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우리 민족끼리’와 ‘햇볕정책’으로 포장된 퍼주기식 대북정책의 종언(終焉)을 북에 통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달라진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북한 수뇌부는 ‘총선을 앞둔 시기에 대남압박 전술로 밀어붙이면 별수 있겠느냐’는 착각에 빠진 듯하다.
적개심 가득한 대남 비방성명을 발표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면 남측이 겁을 먹고 손들고 말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핵 공격에 대한 대책 발언을 한 김태영 합참의장을 비롯한 남측 당국자들이 북한을 자극했다는 책임론을 부각시켜 ‘남남갈등’을 유도하려는 속셈도 엿보인다.
또 새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흔들고 한미관계를 이간시키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구사해 6자회담에 영향을 미치려는 저의도 담겨 있다고 군 관계자는 분석했다. 이는 결국 북한의 무리한 요구에 저자세로 휘둘린 좌파정권 10년의 ‘학습효과’라는 게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제안대로 가슴을 열고 대화와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 지난달 29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남한 증시가 상승했듯이 북한의 협박전술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10년간의 파티는 끝났다.
윤상호 정치부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