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적이 없어 상대적으로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무소속 후보들은 각자 활로 찾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영남의 무소속 후보들은 지역 정서에 맞춰 발 빠르게 변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너도 나도 “친박”
열린우리 출신 공민배-친이계 김수철 등
“평소 박 전대표 존경해왔다” 입장 바꿔
▽“나도 친박”=영남 지역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바람이 거세지면서 일부 무소속 후보들이 뒤늦게 ‘친박’을 선언하는 등 ‘너도 나도 친박’을 외치고 있다.
2004년 총선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던 무소속 공민배(경남 창원갑) 후보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공 후보를 지지하면서 얼떨결에 ‘친박’이 됐다.
공 후보 측은 “친박 이미지를 앞세울 계획이 없었으나 선거 전략을 틀었다”며 “비록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적이 있지만 인간적으로 박 전 대표를 존경해 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측 지역균형발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던 김수철(경북 문경-예천) 후보는 1일 ‘친박’을 선언했다. 김 후보 측은 “박 전 대표와 특별한 인연은 없지만 그분의 정치철학을 존경해 온 만큼 정치적 행보도 함께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중-남의 박헌경 후보와 경북 상주의 성윤환 후보도 “평소 박 전 대표의 정치철학에 공감해 왔다”는 이유로 최근 ‘친박’을 선언했다. 이들은 명함 등 선거홍보물에 박 전 대표의 사진이나 캐리커처를 넣어 ‘친박’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난 친노 아니야”
참여정부 각료 지낸 이재용-김두관 등
“열린우리당 연상” 노란색 유니폼 기피
▽“우린 민주당이 아니야”=영남 지역에서 출사표를 낸 참여정부 출신 무소속 후보들은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 색깔 지우기에 여념이 없다.
참여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이재용(대구 중-남) 후보는 선거 운동 첫날부터 ‘열린우리당’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선거 운동원들이 노란색 잠바를 입고 거리로 나섰다가 “왜 열린우리당이 다시 돌아왔느냐”는 대구 시민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 후보 측은 유니폼 색깔을 빨간색으로 즉각 바꿨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이 후보는 거리 유세에서도 장관 경력은 거의 언급하지 않고 남구청장 시절의 업적만 내세우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김두관(경남 남해-하동) 후보 측 색깔은 아예 한나라당과 비슷한 하늘색이다. 김 후보 측은 “열린우리당 출신이라는 것을 환기시키는 언급은 자제하고 철저하게 지역 현안에 집중해 정책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참여정부 출신 후보들도 열린우리당의 상징이었던 노란색을 기피하기는 마찬가지다.
김충환(대구 달서갑), 송인배(경남 양산) 전 대통령비서관과 이정훈(울산 울주) 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은 분홍색을 선택했고, 박재호(부산 남을) 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빨간색을 내세웠다.
현역 의원인 유시민(대구 수성을) 후보만 운동원 복장과 공보물, 현수막 등에서 노란색을 내세우고 있다. 유 후보 측은 “‘의리와 소신’이라는 선거 슬로건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