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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조직도 없지만…우리도 봐주오”

입력 | 2008-04-05 02:55:00

AI 방역 공무원 ‘부재자 한표’전북 김제시 공무원들이 4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닭을 도살 처분하기 위해 농장으로 가기 전 시선관위 투표소에서 부재자투표를 하고 있다. 김제=연합뉴스

총선 안내문 배달한 우편집배원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무악동 현대아파트에서 선거관리위원회가 발송한 제18대 총선 투표 안내문을 가정별 우편함에 넣고 있다. 연합뉴스


■ 군소정당들 ‘힘겨운 싸움’

《서울의 한 선거구에 출마한 민주노동당 후보는 유세 차량의 조명을 형광등으로 달았다. 외부는 플래카드를 두르는 선에서 끝냈다. 다른 후보들의 차량에 달려 있는 동영상 멀티비디오는 언감생심이다. 간혹 대리운전 홍보차량이냐는 말까지 나온다. 친박연대의 한 후보는 자신을 ‘군소정당 후보’라고 할 때 격세지감을 느낀다. 군소정당이라는 딱지가 붙으면 유세장 흥행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걸 수년 동안 봐온 터였다. 4·9총선 투표일이 5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정당이 막판 표심잡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가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양강 구도로 전개되면서 소규모 정당들은 유권자의 무관심과 자금, 조직의 열세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 중에는 선거 직전에 급조된 정당도 있어 자업자득이라는 지적도 많다. 》

○ 자유선진당

“3당 대접 못받아 억울”

인력도 턱없이 부족해

낮은 인지도를 절감하고 있다. 이회창 총재가 최근 서울 중구에 출마한 신은경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거리 유세를 했지만 군중이 100명도 안 됐다.

허성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은 “이 총재가 가면 적어도 200∼300명은 몰릴 줄 알았는데 허탈했다. 도무지 집회가 안 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제3당 취급을 못 받는 게 제일 억울하다. 과거 헌정사에 보면 제3당을 군소정당으로 취급하는 경우는 지금이 유일하다”고 토로했다.

선진당이 고전하는 배경에는 인지도의 한계도 있지만 한나라당과 지지세력이 겹치는 현실적인 문제도 작용한다.

선진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100만 명가량의 자원봉사자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했다. 이 중 실제 자원봉사가 가능한 사람은 20만∼30만 명 정도로 추정했다.

하지만 막상 총선이 시작되자 가용 인력이 턱없이 줄었다. 총선에서는 학연 지연 혈연 등을 중심으로 자원봉사자들이 재편되기 때문에 선진당으로 올 가용인력이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 민주노동당

“가뜩이나 힘든 선거전

진보신당 공격에 당혹”

자금난과 인력 부족이라는 고질적인 문제 외에 진보신당과의 선명성 경쟁까지 붙어 힘든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얼마 전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진보신당이 민노당을 ‘낡은 진보’로 규정하고 선거 중반에 북한 인권 문제까지 거론하자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이다.

박승흡 대변인은 “‘종북주의’나 북한 인권을 민노당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는 것은 보수정당과 다름없는 짓”이라며 “진보신당은 21세기 새 진보의 가치 중 하나인 한반도 평화 문제에서는 더욱 후퇴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분개했다.

그나마 권영길 후보와 강기갑 후보의 선전에 위안을 하고 있지만 진보신당과의 갈등이 계속 불거지면 진보세력으로서의 상징성이 퇴색될 수도 있어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가 끝나면 당 혁신 작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당의 외형이 작다 보니 유세 과정에서 “그런 공약을 실현할 수나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어 맥이 풀린다는 반응도 있다. 17대 국회에서도 민노당 주도로 통과시킨 법률들이 있는데 그런 걸 몰라줘 속상하다는 것이다.

○ 창조한국당

文대표 이미지만 부각

黨 인지도 안올라 고민

돈 가뭄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 창조한국당은 각 가정으로 보낼 2쪽짜리 공보물을 제작해 놓고도 아직까지 인수하지 못했다. 인쇄 대금 2억 원이 없어서다. 5, 6일경 특별당비를 걷어서라도 인쇄소에서 공보물을 찾아와 발송을 하려고 하지만 녹록지 않다.

김석수 대변인은 “하루이틀 정도면 결정될 것 같은데 참 돈이 안 만들어진다.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문국현 대표의 인지도와 당의 인지도 간 격차가 크다는 것도 숙제로 남아 있다. 유세를 나가 보면 문 대표는 알지만 창조한국당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단다. 이 때문에 지역구 후보든 비례대표 후보든 자신을 소개할 때 “문국현 대표가 있는 창조한국의 ○○○ 후보입니다”라고 말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표와 창조한국당을 별개로 생각하는 유권자가 많아 이번 선거 과정에서 대표와 정당의 이미지를 일치시키려 애를 썼다”고 말했다.

여기에 문 대표와 서울 은평을에서 경합 중인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가 막강한 조직력을 통해 지지율 격차를 줄이는 것을 보면서 군소정당의 한계를 느낀다는 반응도 많다.

○ 친박연대

일부 유력후보만 풍족

중앙당 극심한 자금난

일부 지역구는 풍족한데 중앙당은 빈곤하다. 한나라당에서 떨어져 나온 엄호성 후보 등 일부 현역 의원은 지역 기반이 탄탄하고 자금력도 괜찮은데 반해 중앙당은 아직까지 조직 체계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내핍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후보들끼리도 상황이 극명하게 갈린다. 중앙당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니 지역구 후보 50명 중 일부 현역 의원을 빼고는 자력갱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옥현 부대변인은 “당직자들이 호주머니를 털어 사무실 간식을 댈 정도다. 빈부 격차가 큰 편이다”라고 말했다.

당의 정체성이 분명치 않다는 점도 이번 선거기간 내내 친박연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급조된 정당, 떨어져 나간 정당으로서 뭘 하겠느냐”는 반응이 올 때마다 “우린 한나라당과 분명히 다르다”고 해명하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란다.

그나마 친(親)박근혜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결속이 잘 되는 편이어서 힘을 얻고 있다. 이 부대변인은 “‘보란 듯 승리해서 한나라당에 본때를 보여줘라’는 격려에 의지해 선거를 치르고 있다”고 전했다.

○ 진보신당

창당 홍보할 시간 부족

沈대표 부친상도 악재

‘진보가 새로워지면 민생이 바뀝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진보신당의 민생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판이다. 지난달 16일에 창당한 뒤 곧바로 선거에 뛰어들다 보니 중앙당 차원의 유세차량이 한 대도 없을 정도다.

창당 직후 당의 골격을 세우는 작업과 총선을 같이 치러야 해 시간, 돈, 조직이 없는 전형적인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당원이 1만 명, 광역시도당은 9개에 불과하다. 이지안 부대변인은 “가장 힘든 게 시간과의 싸움이다. 노회찬 심상정 공동대표가 왜 진보신당을 만들었는지를 홍보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두 공동대표의 인지도를 당의 대중적 인지도로 옮겨 오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심 대표가 2일 부친상을 당한 것도 예상치 못한 악재다. 3일 동안 유세를 못해 한 석이 아쉬운 진보신당으로서는 상당한 손실이었던 것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