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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준 칼럼]대통령과 18대 국회의 궁합

입력 | 2008-04-07 21:10:00


내일 18대 국회의원 299명이 탄생한다. 이들은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해 4년간 의회정치와 입법(立法)의 주역으로, 나라살림의 조정자로 활동한다. 이명박 정부의 ‘사실상의 임기’와 거의 맞물린다.

18대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동반세력 또는 견제세력으로서 국운(國運)과 민생(民生)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가 좋으냐 나쁘냐에 따라 국민도 웃거나 울어야할 일이 많을 것이다. 이명박 국정과 여의도 정치의 궁합이 어떨지, 이를 예고하는 첫 뚜껑을 3780만 유권자가 연다. 그날이 내일이다.

한나라당은 ‘정권교체의 대의를 살려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국회가 돼야 한다’고, 통합민주당은 ‘강한 야당으로 강한 국회를 만들어 일당독재의 위험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여(巨與)와 강야(强野) 중에 어느 쪽이 좋은 선택일지, 판단은 유권자 개개인의 몫이다.

4·9총선에서 의석 분포가 어떻게 나오건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정쟁(政爭)으로 지새는 국회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는 민심(民心)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이다. 당연히 18대 국회는 노무현 정부 5년간의 16대 후반 및 17대 국회와 확 달라야 한다. 문제는 거여, 강야 어느 쪽도 국회의 환골탈태를 위한 충분조건은 아니며 리스크가 있다는 점이다.

다수의 오만, 소수의 파괴 다 위험

2003년 취임한 노 대통령은 이듬해 17대 총선에서 ‘노무현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해야 정권이 완성된다고 봤다. 그래서 민주당을 쪼개 열린우리당을 만들고, 이 당의 승리를 위해 선거 개입을 서슴지 않았다. 다수에 대한 집착이 빚은 탈선이었다.

그러자 한나라당과 노 대통령한테서 버림받은 민주당은 탄핵이라는 극약 대응으로 대통령을 응징하려 했다. 두 당을 합쳐 재적의원의 76%라는 압도적 의석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꿈꿨던 일이다. 하지만 국민에겐 다수의 오만으로 비쳤고 역풍을 불렀다. 잘한 것도 없는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거머쥐었다. 여기서부터는 거꾸로 ‘다수의 비극’이 시작된다.

이른바 ‘탄돌이’ 의원들은 국회를 낡은 좌파이념의 실험장으로 삼았다. 민생에 대한 참된 고뇌는 없이 다수의 힘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사립학교법 신문법 과거사진상규명법 제정 등을 개혁입법으로 포장해 밀어붙였다. 이것이 17대 국회 정쟁의 주인(主因)이었을 뿐 아니라 노 정권 실패의 화근(禍根)이 됐다.

주사파(主思派) 등 386 운동권 출신들이 주도한 17대 국회는 지극히 비생산적이고 과거 지향적이었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세계화 물결 속에서 경제 재도약과 선진화를 이룩할 기회를 가로막았다.

소모형 파괴형 세력은 설혹 다수가 아니더라도 국회를 마비시킬 수 있다. 386의 선배로 비교적 온건한 열린우리당(현 통합민주당) 의원조차 작년 대선 직전 “우리가 야당이 되면 몇십 명만 갖고도 이명박 정권을 초장에 무력화(無力化)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맹수의 이빨로 초식동물을 물어버리듯 할 거라는 얘기다.

18대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온 국민이 세계화의 흐름에 능동적 창조적으로 대응해 선진국의 기반을 닦을 수 있도록 법제도를 선진화해야 한다. 지속성장과 장기적 국민 먹을거리 창출을 위한 산업구조 재편 및 고도화, 신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상업화 등을 위해서도 국회가 신속하게 법적 뒷받침을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투자건 소비건 돈이 국내에서 잘 돌고 시장(市場) 구석구석에 활력이 퍼지도록 돕는 정치가 절실하다. 규제완화, 민영화, 개방의 촉진이 핵심이다. 4, 5년을 더 허송하면 영원히 선진국 대열에 끼기 어렵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에서 빨리 비준 발효되도록 행정부와 손발을 맞추고 초당적 대미 의원외교도 펴야 한다.

앞바퀴 뒷바퀴의 역할 調和돼야

교육 복지 환경 언론 문제 같은 국내 현안과 대북·대외 관계 재정립 및 국제공헌 문제 등에서도 국익(國益)을 위해 국회가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정쟁과 분란(紛亂) 대신 이런 일에 매진해 ‘좋은 정치, 생산적인 국회’를 실현할 정당과 의원이 필요하다. 새 대통령과 새 국회는 앞바퀴 뒷바퀴 역할을 해야 마땅하다. 앞바퀴가 수렁에 빠질 것 같으면 뒷바퀴가 제동을 걸고, 앞바퀴가 바른 길로 가면 뒷바퀴가 가속을 붙여줘야 한다.

내일 유권자들의 머리와 발걸음과 손이 참으로 중요하다.

배인준 논설주간 inj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