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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仁陷於愚, 固君子之所不與也

입력 | 2008-04-08 02:52:00


仁(인)은 사람끼리 서로 친애함을 가리키는 글자로 어짊을 뜻한다. 陷(함)은 함정에 빠진 것을 나타낸 글자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빠지다 또는 빠뜨리다가 본의이다.

무너뜨리다 또는 謀陷(모함)하다의 뜻과 무너지다 또는 잘못하다의 뜻이 있다. 陷穽(함정)을 가리키기도 한다. 愚(우)는 愚鈍(우둔)이나 愚昧(우매)처럼 어리석다는 뜻으로 賢(현)과 상대적이다. 자기의 견해를 愚見(우견)이나 愚案(우안)이라고 하듯이 자기를 낮추는 말로도 쓴다. 愚弄(우롱)처럼 어리석게 여기거나 속이다의 뜻도 있다.

固(고)는 사방이 막힌 모습으로 堅固(견고)하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固執(고집)스럽거나 頑固(완고)하다 또는 固陋(고루)하다는 뜻이 나왔다. 여기서처럼 부사로 쓰여 본디 또는 실로의 뜻을 나타낸다. 與(여)는 給與(급여)처럼 주다의 뜻과 參與(참여)하다의 뜻이 있다. 또 여기서처럼 허락하다 또는 인정하다의 뜻도 있다. 所(소)는 특수한 지시대명사로 동사 앞에 쓰여 사람이나 사물 및 장소 등을 가리키는 명사형을 만든다. 所不與(소불여)는 허락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墨子(묵자)의 兼愛說(겸애설)을 따르는 한 선비가 위기에 몰린 이리를 구해준다. 그러나 위기를 모면한 그 이리는 탐욕스럽고 잔인하며 배은망덕한 본성을 드러내 도리어 그 선비를 해치려 선비에게 달려들고 선비는 생명의 위험에 처한다.

위의 이야기는 明(명) 馬中錫(마중석)의 ‘中山狼傳(중산랑전)’의 일부이다. 응징해야 마땅한 존재에게 은혜를 베풀어 화를 부른 어리석음을 풍자한 것이다. 응징해야 마땅한 대상에게 베푸는 어짊은 진정한 어짊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경계해야 할 어리석음이며, 그 해악은 자신과 선의의 다수에게 미친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