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징검다리]PO진출 실패 LIG손보 경기장서 때아닌 ‘열공’

입력 | 2008-04-08 02:53:00

프로배구 LIG손해보험 선수들이 6일 인천 도원체육관 관중석에서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관람하며 메모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SS미디어


“휴가? 너희들은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프로배구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6일 인천 도원체육관 스탠드 한쪽에는 LIG손해보험 선수들이 모여 앉아 경기를 지켜보며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었다. ‘거포’ 이경수를 비롯해 ‘거물 새내기’ 김요한 등 모든 선수가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 선수들의 플레이를 노트에 적고 있었다.

보통 정규리그를 마치면 휴가를 가는 게 관례. 그런데 왜 LIG손해보험 선수들은 ‘남의 잔치’를 열심히 기록하고 있을까.

박기원 LIG손해보험 감독은 “창피한 걸 알게 해주려고 그랬다”고 말했다. 우승 후보로까지 거론된 팀이 승률 43%(15승 20패)를 기록하며 3위 현대캐피탈(24승 11패)에 크게 뒤진 것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플레이오프 3경기와 챔피언결정 5경기를 모두 보고 보고서를 작성하게 했다. 스탠드에서 보고서를 쓰는 기분을 절실하게 느껴 봐야 승부욕이 생긴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명색이 프로선수들이 패하고도 창피한 줄을 몰랐다. 자존심이 상해 잠이 오지 않을 정도가 돼야 하는데…. 그래서 기본기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IG손해보험 선수들은 지난달 29일 대한항공 경기를 마지막으로 정규리그를 마친 뒤부터 경기 수원시에 있는 체육관에서 토스와 리시브 등 기본기와 체력 훈련을 받고 있다. LIG손해보험 선수들은 챔프전이 끝난 뒤에야 휴가를 갈 계획이다.

인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