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봄이 찾아왔지만 남한과 북한 사이에는 되레 강한 냉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개성공단의 확대를 북한 핵문제와 연관 지어 처리하겠다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아 개성공단의 한국 공무원들을 쫓아냈다. 지난달 28일엔 서해상에 3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튿날엔 “북한이 핵 공격을 하려 하면 선제타격을 하겠다”는 김태영 합참의장의 국회 답변을 문제 삼아 모든 남북대화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의 의도된 전술
많은 한국인들은 이 사태가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근 남북관계의 경색은 일종의 북한 전술로 통제된 국면 안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김 장관의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수개월 동안 반복해서 말한 내용이다. 김 합참의장의 ‘선제타격’ 발언은 순수한 군사적 측면의 답변이다. 재래전쟁과 핵전쟁의 가장 큰 차이는 선제타격의 여부다. 재래전쟁은 반격이 가능하지만 핵전쟁은 선제공격이 아니면 바로 파멸이다.
따라서 두 사람의 발언 때문에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의 발언은 구실을 주었을 뿐 북한 도발의 진정한 원인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조성과 핵문제 해결 과정에서의 사태 발전에 있다.
남북관계는 시종일관 북한이 절대적인 주도권을 행사해왔다. 회담이건 교류건 할지 말지와 언제 어디서 할지를 모두 북한이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에 나서면 1인당 소득 3000달러 시대를 열게 도와주겠다”는 구상을 발표하고 남북의 평등한 관계 추구를 천명했다.
북한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뒤 한 달간 조용히 그를 관찰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단순한 선거용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북한은 두 사람의 발언을 핑계 삼아 전통적인 ‘벼랑 끝 전술’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남한 사회를 다시 친북과 반북으로 분열시키고 나아가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저지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9일 남한의 총선에서 여당에 불리하게 하자는 뜻도 담겨 있다.
북한은 한국에 새 정부가 구성될 때마다 돌연 긴장을 조성하는 수법을 써 왔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 초기 북한은 갑자기 ‘전시동원사태’를 선포하며 긴장을 조성했다. 노무현 대통령 초기엔 일본을 향해 갑자기 미사일을 날렸다.
이번 사태는 북한 핵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북한은 지난해 말까지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해야 했지만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은 최근 공동으로 북한에 통첩성 경고까지 날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미국의 압력을 줄이고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하기 위한 매우 논리적인 선택이다.
경색국면 주기적 행사일 뿐
2006년 10월 핵실험 이후 북한은 6자회담에 응하고 대남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크게 3가지 이득을 봤다. 미국의 무력공격 위험에서 벗어났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안의 이행을 피했으며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사실상 묵인 받았다.
따라서 북한이 현재 한반도 국면을 혼란에 빠뜨려 기존의 핵 보유전략을 망가뜨릴 이유가 없다. 이 국면을 통제 불능의 사태로 악화시켜 미국의 매파에게 무력공격의 기회를 줄 이유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최근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은 하나의 주기성(週期性) 행사로 ‘유경무험(有驚無險·놀랍지만 위험한 것은 아니다)’이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장롄구이(張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