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한창인 캠퍼스에 외국인 교환학생이 부쩍 늘었다. 4학년이 되고 보니 여러 수업에서 외국 학생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외국에서 온 교환학생을 보니 1년 6개월 전 내 모습이 떠오른다. 미국에서 내가 처음으로 들었던 수업은 ‘연기의 기초(Intro to Acting)’였다. 실습이 거의 전부였던 수업에서 서투른 영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친구들과 대사를 주고받으며 나는 낯선 외국인이 아니라 동료로서 가까워질 수 있었다. 미국 문화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에 돌아와 외국 학생이 한국어로 말하며 어울리는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내 귀에 들리는 말은 대부분 영어였다. 한국 학생은 외국 학생과 당연한 듯 영어로 이야기했다.
외국 학생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많겠지만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클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어로 대화하려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 어눌한 한국말 한 마디가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는데 말이다. 언어는 문화를 반영한다고 하지 않는가. 한국어를 통해 우리 문화를 이해하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또 한국어 강의에서 외국 학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영어가 더 편한 이들은 알아듣기 힘든 한국어 강의보다는 ‘친절한’ 영어 강의를 선호한다. 지난 학기 전산 착오로 한국어 강의가 영어 강의로 표기됐었다. 첫 수업 때 교수님이 한국어로 강의하겠다고 하자 외국 학생 몇 명이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당황해하시는 교수님을 보며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외국 학생만의 문제는 아니다. 영어 연습 상대로서 외국인을 바라보는 태도부터 고쳐야 한다. 캐나다에서 온 내 친구는 수년 동안 한국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지만 한국어를 잘 모른다. 한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 한다. 우리가 ‘영어 울렁증’이라고 엄살을 부리면서도 외국인의 입에서는 당연히 영어가 나오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친구의 말을 들으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외국 학생이 한국에 대해 피상적으로 보고 듣지만 말고 제대로 이해하고 소통했으면 한다. 우리는 외국을 배우겠다고 해외로 가는데 외국에서 온 친구들이 우리에게 이방인이 되면 곤란하다. 한국을 찾는 이와 맞이하는 이가 함께 생각할 점이다.
강유현 본보 8기 대학생 인턴기자·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