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의 홈 코트인 원주 치악체육관은 한때 프로농구의 신흥 메카로 불렸다.
프로 원년 나래(현 동부) 시절에는 늘 구름 관중이 몰렸다. 구단 사무실은 입장권을 문의하는 팬들의 전화가 쏟아져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인구 30만 명이 안 되던 소도시 원주는 농구 연고지의 성공 사례로 불렸다. 당시 나래에서 뛴 정인교(신세계 감독), 주희정(KT&G) 등은 공짜로 택시를 타고 다닐 정도였다.
홈 팬의 뜨거운 애정은 나래에서 문패를 바꿔 단 TG삼보 시절에도 이어져 체육관 규모는 비록 10개 구단 중 최소인 3100석에 불과하지만 항상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지만 7일 동부와 KT&G의 4강 플레이오프 2차전 때는 2338명이 치악체육관을 찾아 빈자리가 두드러졌다. 올 정규리그 평균인 2879명보다도 적었다. 주말이던 5일 1차전 때도 3065명의 관중을 기록했으나 KT&G가 동원한 800명을 빼면 2000명을 겨우 넘긴 수준이었다.
동부 구단은 2005년 농구단 인수 후 이상하게 홈 관중이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원주의 농구 열기가 식은 데다 시장 규모가 작아 차라리 체육관 제공까지 약속한 수도권 도시로의 연고지 이전 문제를 논의해야 할 때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플레이오프가 한창인 상황에 홈 팬의 관심을 끌어올려도 시원찮을 판에 부적절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날 썰렁한 체육관에는 선수들의 상벌을 심의하는 한국농구연맹(KBL)의 재정위원들이 단체로 관전을 왔는데 한 위원은 경기 전 반주를 한 뒤 전반이 끝나도록 고개를 끄덕이며 졸아 주위의 눈총을 샀다.
눈앞의 코트에서는 선수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몸을 사리지 않고 있었는데도…. 단기전 승부라 판정을 둘러싼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어 재정위원들의 현장 경험은 소중한 기회였는데 유람이라도 온 듯했다. 실제로 한 관계자는 “바람 쐬러 온 것”이라는 변명을 했다. ‘봄의 축제’라는 포스트시즌의 한편에서 펼쳐지고 있는 우울한 국내 농구의 현주소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