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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不知推己之本, 而乘物以逞

입력 | 2008-04-10 02:59:00


推(추)는 推進(추진)처럼 밀다의 뜻이다. 推薦(추천)이나 推仰(추앙)처럼 천거하거나 받들다의 뜻, 推理(추리)처럼 미루어 헤아리다의 뜻이 있다. 밀어서 열다 또는 밀쳐내거나 거절하다의 뜻이면 ‘퇴’로 읽는다. 推己之本(추기지본)은 자기 본분을 헤아림을 뜻한다.

乘(승)은 사람이 나무 위를 오르는 모습의 글자다. 乘船(승선)에서처럼 타다 또는 오르다의 뜻이다. 여기서처럼 기회나 상황 등을 이용하거나 틈타다의 뜻도 있다. 또 수레나 말을 가리키는데 원래는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를 뜻한다. 萬乘(만승)은 수레 만 대, 또는 그것을 동원할 능력을 지닌 나라 혹은 천자를 뜻한다.

物(물)은 物我(물아)나 物心(물심)에서처럼 흔히 자신 또는 마음과 상대적인 외적인 사물을 가리킨다. 여기서는 외부의 힘이나 상황을 가리킨다. 以(이)는 앞의 말이 수단임을 표시한다. 逞(령)은 만족시키다의 뜻으로 逞欲(영욕)은 욕심을 채우다의 뜻이다. 그로부터 방종하다 또는 멋대로 굴다의 뜻이 나왔다.

고라니를 잡아와 집 안에 기르는 이가 있었다. 그는 날마다 고라니를 안아 개에게 보여주며 익숙하게 하였다. 개들은 주인이 무서워 고라니를 건드리지 못했으나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시간이 지나자 고라니는 본분을 잊고 개들을 친구로 여기며 장난을 쳤다. 급기야 집 밖에 나가 길가의 개들에게 접근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영문도 모른 채 처참하게 잡아먹혔다.

안타깝게도 권력의 그늘에서 제 본분을 모르고 날뛰는 어리석은 자는 끊임없이 존재한다. 唐(당)의 대표적 寓言(우언) 작가 柳宗元(유종원)은 ‘三戒(삼계)’에서 동물을 등장시켜 그들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위의 이야기는 그 첫째 편의 내용이다.

오수형 서울대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