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 문화인류학자 클로테르 라파유 박사는 사람의 행동 뒤에 숨어 있는 참된 의미를 알아내는 열쇠는 구조(構造)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마케팅에 접목해 요즘 기업 컨설턴트로 활약 중이다. 예컨대 프랑스인에게 치즈가 단순한 식품이 아니듯 미국인에게 땅콩버터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어릴 때 엄마가 만들어주는 땅콩 샌드위치의 추억 때문에 미국인은 땅콩버터 하면 ‘엄마’를 연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땅콩버터를 파는 기업은 엄마라는 ‘코드’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인에게 왜 비만이 많은가에 대해서도 남다른 통찰력을 보여준다. 미국인에게 비만은 문제의 출발이 아니라 해결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뚱뚱한 사람은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과의 이런저런 관계가 잘 안 풀리는 경우가 많다. 비만은 이에 대한 좋은 변명거리가 된다. 외모가 출중하고 날씬한 사람은 사랑이나 사업에 실패하면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뚱뚱한 사람은 “뚱뚱해서”라고 둘러댈 수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만은 일종의 해결책이자 ‘도피(checking out)’이며, 비만의 반대 개념은 ‘관계’라고 그는 주장한다.
▷일본에서 비만과 빚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오사카대 이케다 신스케 교수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빚(주택자금 제외)이 있는 사람들이 빚이 없는 사람들보다 유의미하게 뚱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경제학자인 이케다 교수는 빚을 지는 과정과 비만에 이르는 과정이 비슷하며, 빚과 비만은 고통스럽거나 귀찮은 일은 뒤로 일단 미루고 보는 성향과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비만은 유전적 요인이 크다는 것이 정설처럼 돼 있어서 이런 연구 결과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도 비만과 부채 사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습관이다. 몸매는 습관의 거울이다. 누구든 먹기 좋아하고 움직이기 싫어하면 체중은 불어날 수밖에 없다. 부채도 마찬가지다. 힘들더라도 제 손으로 부지런히 돈을 벌어 살아가는 사람과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빚낼 생각부터 하는 사람의 가계경제는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몸과 가계의 군살을 동시에 빼려면 습관부터 바꿔야 할 것 같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