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된 사법제도 아래 법질서가 확립돼야 외국 투자자들도 안심하고 한국에 투자할 수 있죠.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한국의 선진 사법제도를 해외에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달 파나마 수도에서 열린 세계 여성법관회의(IAWJ) 이사회에서 동양인 최초로 부회장으로 뽑힌 김영혜(사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8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IAWJ는 전 세계 87개국 4000여 명의 여성 법관으로 구성된 국제기구다. 김 부장판사는 2006년 한국의 여성 인권 향상을 강조한 이른바 ‘딸들의 반란’이란 명연설로 가입한 지 3개월 만에 IAWJ 이사 자리에 올랐다. 이듬해에는 2010년 IAWJ 한국 개최도 이끌어냈다.
그는 최근 빈발하는 여성 및 아동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여성 법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피해자들이 재판 과정에서 위축되지 않고 진실을 말하려면 여성의 관점에서 심리할 수 있는 여성 법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형사재판부에 여성 판사들의 진출이 더욱 활발해져야겠지요.”
현재 전국 판사 2300여 명 중 여성 판사는 21% 정도. 서울중앙지법에도 60명의 여성 법관이 있으며 성폭력 전담 재판부에 여성 판사 1명이 배치돼 있다.
지난 주말 귀국한 그는 당장 다음 주부터 2010년 IAWJ 한국 개최를 준비하기 위해 조직위원회 회의를 열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는 145명의 여성 판사들이 IAWJ에 가입돼 있어요. 이번 IAWJ 한국 개최를 계기로 여성 법관들이 기획력과 조직력을 키우고 국제적 문제에 좀 더 많은 관심을 쏟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