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스 태백이 들려주는 지혜롭고 유쾌한 이야기’ 그림=심스 태백, 베틀북
사람의 신체 중에서는 남의 눈에 잘 띄지 않아 감추어진 부분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숨어 있는 부분에 해당되는 양말 속의 발가락 하나만 없어도 곧잘 남의 눈에 드러나게 됩니다. 심지어 뒤통수의 머리카락 속에 숨어 있는 작은 혹이나 덧니 같은 사소한 것도 상대방의 눈에 발견되어 버립니다.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성격적 결함이나 허물은 잠시만 같이 있어 보아도 순식간에 색출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갖고 있는 기품과 총명함, 갸륵함이나 담대함 같은 것은 발견해 내기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갖고 있는 치부나 허물을 탐지해 내는 데 탁월한 셈속과 순발력을 갖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가진 장점보다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단점을 발견하는 데 더욱 단련된 안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전면적으로 부인할 수 없습니다.
남이 가진 허물을 곧잘 지적해서 당사자로 하여금 수치심을 안기는 사람을 가리켜 관찰력이 출중하다느니, 심지어 혜안을 가졌다고 칭찬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곧잘 남을 헐뜯고 손가락질합니다. 어떤 사람이 앞장서서 어떤 대상에게 비난의 화살을 꽂을라치면 나 또한 덩달아 그 비난의 대열에 기꺼이 합류하기도 합니다. 이른바 마녀사냥이 시작되는 것이지요.
광기에 휩싸인 마녀사냥이란 것에 몰입하게 되면, 이성적인 사고와 행동을 되찾기는 어려워집니다. 심지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범죄의 수준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자신은 사회 정의를 구현하기 위하여 분연히 일어섰다고 외치며 자긍심에 가슴 뿌듯해합니다.
어느 날부터 그의 가슴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정의롭고 고귀한 뜻을 품고 있는 사람은 자기 혼자뿐이라는 독선과 자만심이 자리 잡게 됩니다. 그래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되고, 혼자만의 영웅심리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내 탓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세상이 이토록 혼탁하게 된 것도, 세상이 이처럼 도덕적으로 타락한 것도 모두 남의 탓으로 돌려 버립니다. 그래서 자기 혼자는 언제나 깨끗하고 고귀한 존재로 여깁니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사사로운 감정 하나로 남을 손가락질하거나 삿대질하는 것입니다. 나 스스로는 하찮게 여기는 손가락질 한 번이 그 사람의 가슴에 못을 박고 평생 동안 씻을 수 없는 수치심을 안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것이 단초가 되어 그 화살이 언젠가는 자기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부메랑 현상을 겪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김주영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