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선을 눈앞에 둔 2002년 11월, 언론은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의 한나라당 복당(復黨) 소식을 크게 다뤘다. 형식은 한나라당과 미래연합의 합당(合黨)이었지만, 언론들은 다 ‘복당’으로 불렀다. 한나라당 부총재이던 박 씨가 당권·대권 분리 문제로 이회창 총재와 갈등을 빚다가 탈당한 게 그해 2월. 5월엔 미래연합이라는 정당까지 창당했다. 그래도 그의 귀환은 ‘복당’이었다.
▷박 전 대표는 11일 대구 달성을 찾아온 친박연대 당선자 24명 앞에서 “당초 잘못된 공천이 원인이었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 당선됐기 때문에 당연히 당에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당이 이들의 복당을 조건 없이 허용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박 전 대표의 논리는 이런 것 같다. ‘6년 전 이 총재가 사욕(私慾)으로 정치개혁(당권·대권 분리)을 거부하는 바람에 내가 당을 떠날 수밖에 없었듯이, 이번엔 친(親)이명박 실세들이 사리사욕을 위해 나를 지지하는 인사들을 낙천시켜 내쫓았다. 그러니 내가 그랬듯이 친박연대의 복당도 당연하다.’
▷정치는 명분과 논리라고 하지만 그 논리는 실리(實利) 싸움을 가리는 포장일 때가 많다. 박 전 대표는 이 총재가 잘못을 깨닫고 개혁요구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복당을 결심했고, 한나라당도 그래서 자신의 복당을 승인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선 승리가 절실했던 이 총재에게는 박근혜라는 브랜드가 필요했고, 군소정당 대표이던 박 씨도 ‘독불장군에겐 미래가 없다’는 정치현실을 절감했기 때문에 ‘복당’했을 것이다. 이번엔 어떤가. 박근혜 브랜드 파워는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지만, 당시의 이 총재처럼 강력한 ‘복당 구매자’가 한나라당에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남경필 의원의 또 다른 명분론이 관심을 끈다. 그는 어제 성명을 통해 “친박연대의 입당 문제가 집권여당 한나라당의 총선 후 첫 번째 화두가 되고 있다. 마치 친박연대가 첫 번째 국정동반자인 듯하다”고 비판한 뒤 “한나라당의 국정동반자는 친박연대가 아니라 제1야당”이라고 주장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친박연대 복당 문제가 백지화될 성질의 것도 아니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