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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도 술… 들이켜면 독주

입력 | 2008-04-14 03:00:00


와인을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다. 올해 국내 와인시장 매출 규모는 지난해보다 10% 증가한 5000억 원대로 전망된다.

와인은 비타민, 미네랄, 타닌이 풍부한 알칼리성 술이다. 심장질환과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는 ‘건강에 좋은 술’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와인이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와인 열기가 주춤한 양상을 보인다.

와인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느 정도 마시는 것이 좋은지 ‘와인의 건강학’을 알아봤다.

○ 포도를 먹어라 vs 포도주를 먹어라

와인은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고 노화를 막는 항산화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효과는 그냥 포도만 먹으면 되는 것 아닐까. 전문가들은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과음만 하지 않는다면 포도를 먹는 것보다 와인을 마시는 것이 몸에 더 좋다”고 말한다.

와인에는 △혈관장애의 주원인인 콜레스테롤의 축적을 방해하는 안토시아닌 △세포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효과를 내는 폴리페놀 △장수를 돕는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레스베라트롤 등이 들어 있다. 이 성분들은 포도에도 들어 있지만 포도를 숙성시킨 포도주에서 더 활발하게 작용한다. 또 와인에는 포도에 없는 주(酒), 즉 알코올이 들어 있다. 와인을 통해 섭취된 알코올은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고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인 고밀도지단백(HDL) 수치를 증가시킨다. 또 혈액 응고를 담당하는 혈소판과 피브리노겐의 작용을 떨어뜨려 심혈관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알코올을 소량만 섭취했을 때 나타난다. 그렇지 않으면 알코올의 나쁜 효과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 하루 1잔이 건강에 좋아요

와인은 건강음료가 아니다. 성지동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교수는 “술을 안 마시는 사람이 일부러 건강을 위해 와인을 마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와인이 건강에 좋은 만큼 무조건 챙겨 먹어야 된다는 생각은 잘못됐다. 와인에는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 와인을 1잔만 마셔도 독성이 생겨 뇌, 간 등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원래 술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하루 평균 와인 1잔(100cc 정도)을 먹는 것이 좋다. 와인 1잔에는 10∼12g의 알코올이 들어 있다. 남성은 최대 2잔, 여성은 1잔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프랑스 사람들이 와인을 마셔 심장혈관계 질환이 적고 장수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와인뿐 아니라 올리브 기름, 과일, 채소 등을 모두 즐기는 프랑스인들의 전체적인 식생활을 봐야지 단순히 와인만 따로 분리해 결론지을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 프랑스 사람의 심장질환 사망률은 낮지만 간질환 사망률은 유럽 국가 중 높은 편이다. 와인 속 첨가물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이나 술에 약한 사람은 와인 대신 포도즙이나 과일을 자주 먹으면 된다. 최근 ‘와인에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에틸카르바메이트가 들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에틸카르바메이트는 발효 과정에서 자연 생성되는 물질로 발암 성분이 포함돼 있기는 하다. 그러나 와인에 들어 있는 에틸카르바메이트는 미량으로 암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다.

(도움말=김정하 고려대 안암병원 통합의학센터 교수, 최재원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소화기센터 교수)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