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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敗軍之將不可以言勇

입력 | 2008-04-14 03:00:00


敗(패) 오른쪽의 복(복)은 복(복)과 같은 글자이며 손에 막대기를 잡은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치다 또는 두드리다의 뜻을 지녔다.

왼쪽의 貝(패)는 보통 화폐로 쓰던 조개를 가리키는데, 敗(패)자의 경우에는 세발 달린 솥인 鼎(정)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막대기로 소중한 것을 두드리는 것에서 훼손하다의 본뜻이 나왔고, 腐敗(부패)하거나 변질하다의 뜻, 衰落(쇠락)하다의 뜻, 실패하다 또는 敗北(패배)하다의 뜻으로 확대되었다. 敗北의 北(배) 역시 본래 두 사람이 등을 진 모습으로 패배하다 또는 도망치다의 뜻이 있다. 물론 북쪽의 뜻이면 ‘북’으로 읽는다.

軍(군)은 포(포)와 車(거)가 합해진 글자로 적의 공격을 막을 방어선을 수레로 둘러싸는 것을 나타냈다. 軍營(군영)을 갖추다 또는 駐屯(주둔)하다의 뜻에서 군대의 뜻으로 확대되었다. 將(장)은 장수 또는 장군을 가리킨다. 여기의 不可以(불가이)는 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금지를 나타낸다. 勇(용)은 勇敢(용감)하거나 勇猛(용맹)하다 또는 果敢(과감)하거나 決斷性(결단성)이 있다는 뜻이다.

패한 군대의 장수가 자기는 용감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능력이 증명된 패배의 결과 앞에서 무책임하고 허망한 변명이 될 따름이다. 또 “망한 나라의 대신은 나라의 존립을 도모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이미 엄혹한 결과가 나왔는데도 다시 나서서 무엇을 해보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너무도 자기 위주의 발상이며 망상에 불과하다.

위의 말은 장수 스스로 한다면 기회를 잃은 후의 한탄이 될 것이며, 남에 대해 말한다면 패배자에 대한 질타와 풍자의 말이 될 것이다. 西漢(서한) 司馬遷(사마천)의 ‘史記(사기)’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