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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이광환 vs ‘가정교사’ 김성근

입력 | 2008-04-14 08:43:00


워렌 버핏은 저평가 가치주를 발굴하는 가치투자로 당대의 부를 이뤘다. 이에 반해 존 보글은 ‘개별 주식이 절대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철학 아래 시장 전체를 사는 인덱스 펀드를 만들어냈다. 방법은 판이하지만 두 대가는 ‘투자의 성인’으로 불린다.

이광환 우리 히어로즈 감독과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은 나란히 한국시리즈 우승을 쟁취한 명장이지만 추구하는 가치관은 극과 극이다. 비유하자면 사장 리더십 대 가정교사 리더십이다.

○사장론 대 가정교사론

전 LG 투수 진필중 테스트에 대한 평가를 묻자 이 감독은 “사장이 부장, 과장 하는 일까지 간섭하면 되겠느냐? 그런 것은 투수코치에게 물어보라”라고 답했다. 실제 이 감독은 감독실에 들어앉아 자기팀 선수 훈련조차 제대로 보지 않는 듯 했다. ‘감독은 팀을 비즈니스하는 자리’란 메이저리그식 마인드가 듬뿍 묻어났다.

반면 김성근 감독은 특타조를 지도하느라 구장에 늦게 도착해 기자들을 만날 틈도 없기 일쑤다.

지난해에도 김 감독은 경기 전, 부진에 빠진 좌완 루키 김광현을 아예 붙잡고 가르친 적이 있다. 투타를 가리지 않고, 맨투맨 교습을 마다 않는 가정교사식 리더십인 셈이다.

○이광환 감독의 인정 리더십

이광환 감독은 13일 SK전을 앞두고 “다음번엔 그리 안 한다”라고 했다. 11일 마무리 송신영을 13회까지 끌고 가다 정상호에게 대타 2점홈런을 얻어 맞은 것을 두고 꺼낸 아쉬움이었다. 이 후유증으로 히어로즈는 12일(12-10 승)에 이어 13일에도 막판 승부처에서 송신영을 올리지 못했다.

13일엔 좌완 선발 마일영을 9회 투아웃 투구수 130구까지 던지게 했다. 그러나 끝내 마일영은 한타자를 넘기지 못했고, 교체 투입된 박준수는 대타 김재현에게 역전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뼈아픈 패배에도 이 감독은 선수 탓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순철 수석코치가 나서 선수들을 먼저 위로했다.

○김성근 감독의 비정 리더십

반면 김성근 SK 감독은 12일 조영민을 120구나 던지게 방치했다. 선발 쿠비얀에 이어 2회부터 등판한 조영민은 15안타를 얻어맞고 9실점(9자책점)했으나 김 감독은 요지부동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 김 감독은 “(어차피 지는 흐름에서) 우리팀 투수 소모를 줄이려 했다”란 요지의 답변을 들려줬다. 김 감독에 의해 ‘소모품’으로 쓰인 조영민은 13일 2군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조영민의 희생 덕분에 마운드를 재정비한 SK는 13일 정우람-조웅천-가득염의 불펜진을 총력 가동해 3-2 역전승을 따냈다. 김 감독은 13일 역전승 직후 “마일영이 너무 오래 던지길래 교체 타이밍을 보고 대타를 아꼈다. 감독하면서 대타 성공률이 이렇게 높은 것은 나도 처음”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SK는 과대평가됐다. (힘이 없어서) 일찍부터 리드를 못 한다”고 평했다. 그러나 SK의 9승 중 6승이 역전승이다. 강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겨서 강한 SK라 할 수 있다.

목동=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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