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새 학년을 맞은 지도 한 달 남짓 지났고 곧 중간고사도 있다. 하지만 아이 공부를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생활은 어떻게 관리해 줘야 할지 고민하는 엄마들이 많다. 유명강사의 강연도 찾아가 보고, 자녀교육서도 읽어보고, 엄마들끼리 모여 정보도 공유하지만 뾰족한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공부에도 ‘기술’이 있다. 최근 ‘초등학생 내 아이를 위한 공부의 기술’(시공사)을 출간한 한국집중력센터 이명경 소장의 글을 소개한다. 그는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ADHD)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학습상담 전문가다.》
○ 공부의 기술은 학년에 따라 다르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는 똑똑한데 성적은 별로라며 그 이유를 궁금해 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를 원한다면 아이의 발달 시기와 교과목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연결시켜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등학교 시기는 학교와 공부에 대한 즐거움을 느껴야 하는 1, 2학년과 중고교에서 배울 교과목에 대한 기초 지식을 쌓아야 하는 3학년 이후를 구분해야 한다.
자녀가 1, 2학년이라면 학교 적응을 도와주고 공부 습관을 잡기 위해 엄마가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때 학교를 재미있는 곳으로 여기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큰 변화다. 그 변화는 스트레스를 동반하기 때문에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부모는 성적이나 선생님의 꾸중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학교라는 ‘즐거운 놀이터’를 소재로 한 대화를 유도해야 한다.
“오늘은 뭐가 재밌었니?” “오늘 새로 배운 것은 뭐야. 엄마에게 가르쳐 줄래?” “오늘 너랑 제일 잘 통했던 친구는 누구니?”
부정보다는 긍정의 화법으로 아이가 학교에서 경험한 다양한 사연과 감정 상태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아이들이 혼자서 해야 할 것과 도와줘야 할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받아쓰기의 경우 엄마가 읽어주면 아이에게는 학교 테스트와 비슷한 효과를 주면서 친밀감도 높아질 수 있다.
초등학교 1, 2학년 교과는 국어와 수학, 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로 구성돼 있다. 읽기와 쓰기, 셈하기와 관련된 기초적인 것과 건강한 학교생활을 위한 내용들이다.
국어와 수학의 경우 기초적이지만 이후 학습 수준을 판가름하는 논리력과 수리적 사고력이 형성되므로 기본적 내용을 충실히 이해시키는 것이 좋다.
바른생활은 규칙적인 식습관과 준비물 챙기기, 시간 관리 등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슬기로운 생활에서는 체험 위주로 학습 내용의 이해를 도와야 한다.
○ 아이를 믿어라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본격적인 교과공부가 시작되고 교과목도 다양하게 세분화된다.
이 시기에는 중고교 공부의 기초를 닦아야 한다.
만약 공부하는 것이 힘들고 재미없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 중고교 공부가 더 힘들어진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장래에 필요한 공부의 기술을 익혀야 하는 셈이다.
초등 1, 2학년 때가 부모가 옆에 앉아 공부를 도와주고 습관을 바로잡아야 하는 시기라면 3학년부터는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키워줘야 한다.
이 무렵 아이들은 급격히 자기주장이 많아지면서 부모의 간섭을 싫어하기 때문에 가능한한 간섭을 줄이고 간접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부모의 교육방침이 합리적이지 못하거나 일관성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아이와의 마찰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3학년 이상의 아이를 둔 학부모가 지켜야 할 6가지 원칙이 있다.
△정보화 사회에 적합한 시간 계획법 △자신감과 책임감을 함께 키울 것 △부모도 함께 공부할 것 △자녀가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들 것 △사춘기 아이들의 심리적 특성을 이해할 것 △진로 교육을 함께 할 것 등이다.
부모들의 또 다른 고민은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가 자신들이 배운 것과는 많이 다르고 수준이 높아 가르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들마다 다 각자의 개성이 있듯 각 과목에도 목표가 있고,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만 함께 이해할 수 있다면 의외로 문제는 쉬워진다.
가령 국어 성적의 열쇠는 암기력이 아닌 어휘력이므로 독서록과 일기쓰기만 제대로 관리해줘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고학년 수학의 경우 단순한 계산 능력이 아니라 논리와 사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반복 중심의 선행학습은 자칫 수학 능력을 떨어뜨리기 쉽다.
영어는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사회나 과학 같은 과목은 생활 속에서 흥미를 느끼고 문제해결력을 높여주어야 한다.
자녀의 특성과 아이들이 앞으로 십수 년 맞서 싸워야 할 공부라는 ‘놈’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좋은 부모인 동시에 아이 공부도 잘하게 만드는 부모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이명경 한국집중력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