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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레이싱 첫경험의 쓰디쓴 교훈

입력 | 2008-04-15 02:58:00


《1990년 운전면허증을 딴 지 18년.

기자의 카라이프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자동차 레이싱에 첫발을 내디디게 된 것이죠. 주변의 반대가 없진 않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생각으로 일단 저지르고 봤습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후원하는 ‘스피드페스티벌’의 세라토 경기에 출전하기로 하고 3월부터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나름대로 운전을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연습 과정에서 기존 선수들과 함께 달려보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더군요.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왜 그렇게 다른 선수들은 점점 멀어져만 가는 것인지. 다행히 연습을 거듭해 나가며 기록이 조금씩 단축되고 자동차와 운전에 대해 새로운 시각이 열리는 면도 없지 않아 좌절하지는 않았습니다.

6일 강원 태백시 태백레이싱파크에서 열린 1전(戰). 경험부족으로 좌충우돌이었습니다. 경기는 하루 동안 연습-예선-결승 이렇게 3단계로 이뤄지는데 연습에서 예상외로 좋은 기록을 내며 2위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연습 과정에서 엔진에 문제가 생겨 예선에 참여하지 못하고 차는 정비소로 가야 했습니다. 예선에 뛰지 못해도 결승에서 꼴찌로 나갈 수 있다는 대회 사무국의 답변을 받고 수리를 시작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결승 직전에 차가 고쳐져서 참가 차량 15대 중 제일 뒤에서 출발을 하게 됐습니다. 변속기까지 한 번 깨먹으면서 ‘스타트’를 연습했던 덕분에 3대를 추월하고 첫 바퀴를 돌았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양보를 해 준 탓인지 전체 20바퀴 중 15바퀴째에는 5위까지 치고 올라갔습니다. 그러다 결국 사고를 일으키고 맙니다. 과욕을 부리다 앞서 가던 차를 추돌해 그 차가 많이 부서지면서 경기는 중단됐습니다.

게다가 ‘예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결승에 나가더라도 순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통보까지 뒤늦게 받고는 허탈해지더군요. 하필이면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억울하기도 했지만 금세 깨달음이 뒤통수를 때렸습니다.

좋은 경기 결과는 운전 실력뿐만 아니라 차량 세팅과 차에 무리를 주지 않는 테크닉, 사고를 내지 않고 경기를 운영하는 경험 등 여러 가지가 만족될 때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우리 인생의 과정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차에 무리를 줘서 고장을 일으켰고 사고로 다른 선수에게 피해까지 줬으니 이미 두 가지 실패를 한 것입니다. 5월 5일에 열리는 2전에는 성적은 뒤처지더라도 성숙한 경기운영을 해 볼 생각입니다.

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