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북 구미시 공단동의 코오롱 구미공장을 방문했습니다. 이곳 노조는 한때 화섬(化纖) 업계의 대표적인 강경 노조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노사 상생의 표본이 되고 있습니다.
마침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도 이날 냉장고 100대를 실은 트럭을 직접 운전해 구미공장을 찾았습니다. 코오롱 창립 51주년을 맞아 ‘노사 상생 경영’을 축하하기 위해서였죠.
▶본보 12일자 B2면 참조
한발 물러선 코오롱 노사, 두발 다가온 행복공장
코오롱 구미공장의 노사 대표에게 상생의 비결을 물었습니다. 구미로 내려가는 동안 몹시 궁금하던 대목인데, 대답은 교과서에 있는 ‘모범답안’과도 같았습니다.
“올해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좋은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파이를 키워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몫을 더 크게 해야지요.”(이웅열 회장)
“우리의 손끝에서 품질이 결정되고, 품질은 회사의 경쟁력을 좌우합니다. 우리가 열심히 일해 회사가 잘 되게끔 하는 게 우선입니다.”(김홍열 구미공장 노조위원장)
경영진이 앞에서 끌고, 직원들이 뒤에서 밀고. 노사가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하고, 이익이 나면 나누고. 노사 화합이 잘되는 회사라면 이와 같은 상생경영을 쉽게 발견할 수 있겠죠. 하지만 코오롱 구미공장에서는 2년 전만 해도 상생보다 ‘극한 대치’가 더 익숙한 풍경이었다고 합니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이 된 후 회사를 불신하는 조합원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큰일이었다”면서 “우리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회사 이익을 늘려야 노조원이 받는 혜택도 커진다”고 수차례 설득했다고 합니다.
노조원들도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은 집행부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합니다. 2004년 62일 동안 파업하면서 임금이 깎이고, 동료들을 떠나보내야 했지만 지금은 희망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올해 경영환경이 나쁘지만, 사업 구조조정으로 1분기(1∼3월) 경영실적이 개선돼 더욱 희망적이라고 합니다.
김 위원장에게 물었습니다. ‘노사 상생의 결과를 다른 분야 강성 노조들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라고.
“가능하죠. 다만 노조가 파업하고, 회사는 요구를 들어주고, 이런 행태를 반복하는 곳은 힘듭니다. 대치하다가 낭떠러지에 몰려 ‘이러다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그때서야 ‘노사 화합’의 힘을 깨닫게 될 겁니다.”
박형준 기자 산업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