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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말로만 글로벌’

입력 | 2008-04-15 02:58:00


은행별 외국인 직원 현황은행전체임직원 수국내 근무외국인 직원 수국민2만660020신한1만28346우리1만48500하나1만974한국산업24221한국수출입7273기업93072합계7만683736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나머지 은행들은 2,3월 말 기준. 자료: 각 은행

은행들이 해외 진출 등을 통해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토종’ 시중은행, 국책은행의 임직원 가운데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2000명 중 1명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최근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과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3대 국책은행의 외국인 임직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렇게 분석됐다.

이에 따라 금융 전문가들은 한국의 은행들이 향후 세계적인 금융회사로 성장하려면 ‘순혈주의’를 탈피해 국제적으로 뛰어난 인재 확보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임원 300여 명 중 외국인은 단 한 명

해외근무 인력과 비정규직을 포함한 이들 7개 은행의 전체 임직원 수는 7만6837명. 이 가운데 외국 국적을 가진 직원은 모두 746명으로 전체의 1%가 채 안 됐다.

이 중 710명은 각 은행 해외지점이 자체 채용한 인력으로, 대체로 사무보조 등 단순 업무를 맡고 있었다. 이들을 빼고 국내 본사에 채용돼 일하는 외국인 직원은 36명(0.05%)에 불과했다.

국내에 근무하는 외국인 인력 수를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이 20명으로 가장 많았다. ‘토종은행’을 표방하는 우리은행은 국내에 근무하는 외국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신한은행(6명)과 하나은행(4명)도 국내 근무 외국인 직원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산업 수출입 기업은행의 국내 외국인 직원은 각각 1명, 3명, 2명이었다.

고위직에서도 외국인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다. 7개 은행의 본부장급 이상 임원 312명 중 외국인은 국민은행의 도널드 매킨지(캐나다) 재무관리 부행장 한 명뿐이었다.

○ 성과보상 체계 미흡이 주요 원인

한국의 은행들도 해외 진출에 대비해 2, 3년 전부터 조금씩 다국적 인재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도 최근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산은 총재 자리에 외국인 최고경영자(CEO)의 영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용된 외국인 직원들은 아직까지 한국계 교포나 일부 아시아 국가 출신으로 국한돼 있다.

은행들은 외국인 직원 수가 적은 것에 대해 “필요성이 아직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들이 아직 글로벌 투자은행(IB)들처럼 국제적 네트워크를 갖추는 단계가 되지 않아 외국인 직원을 채용할 일이 많지 않다는 것.

그러나 금융 전문가들은 실력 있는 외국인 임직원을 채용할 만한 성과보상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단일 호봉제 등을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어 적절한 성과보상을 하지 못하다 보니 세계적인 IB에서 외국인 임직원을 스카우트하기는커녕 오랜 기간 육성한 직원을 외국계 IB에 뺏기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