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활짝 편 ‘도전 리더십’
부회장 3인 ‘최태원 10년’ 비약적 성장 뒷받침
최태원 회장‘변화 경영’ 진두지휘
신헌철 부회장 석유개발 분야 진출
김창근 부회장 미래 성장동력 발굴
손관호 부회장 환란 극복 일등공신
‘환골탈태(換骨奪胎).’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 동안 확 달라진 SK그룹에 대한 경제계의 평가다. SK그룹의 외형과 지배구조 등은 이 기간 크게 변했다. 특히 1998년 32조 원 수준이던 자산은 지난해 말 72조 원으로 2배 이상으로 불어나면서 재계 서열도 5위에서 3위(민영화된 공기업 포함)로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36조 원에서 78조 원으로 늘었다.
SK 내부에서는 이 같은 양적 성장 못지않게 지난해 지주회사 출범이라는 질적 변화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준다. 2003년 분식(粉飾)회계 사태와 외국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 등 ‘힘든 시절’도 겪었으나 글로벌 기업으로서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의 한가운데는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있다. 1998년 SK 회장에 취임한 그는 올해로 10년째 그룹의 변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 회장의 ‘변화 경영’은 2000년 이후 틈날 때마다 임직원에게 하는 말에서 잘 드러난다.
“어제와 같은 오늘은 퇴보다. 변하지 않으면 천천히 죽을 수밖에 없다.”
변화에 대한 그의 지론은 ‘정글론’에서도 엿보인다. 정글에 갇혔을 때 맹수를 피하려는 사람과 정글에서 빠져나오려는 사람이 있는데, 정글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진정으로 위기를 벗어나 생존하는 길이라는 의미다. 발상 자체를 질적으로 업그레이드하라는 주문이다.
이 같은 ‘최태원식(式) 변화의 리더십’은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룹의 주력 3사인 SK에너지, SK텔레콤, SK네트웍스를 포함한 전 계열사가 최근 3년 연속 흑자행진을 했다. 그룹 내 제조업의 수출 비중도 2년 연속 50%를 넘어 내수기업에서 수출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최 회장과 더불어 변화를 주도해 나가는 SK그룹의 핵심 최고경영자(CEO)는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 손관호 SK건설 부회장 등 3명의 부회장이다.
신헌철 부회장은 2004년 3월 SK에너지 사장으로 취임한 뒤 올해로 5년째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회사의 영역을 원유 정제회사에서 석유개발회사로 넓혔다. 신 부회장 취임 후 SK에너지는 줄곧 연간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성장일로를 달리고 있다. 오랫동안 마케팅업무를 한 그는 ‘솔직한 덕장(德將)’이란 평을 듣는다. 올해 1월 부회장으로 승진한 신 부회장은 마라톤에도 관심이 많아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동아마라톤 대회’에 매년 참가하고 있다.
김창근 부회장은 2000년 SK의 구조조정추진본부장, 2002년 SK 사장을 지내면서 그룹 사업구조 재편을 주도해 그룹 사업의 밑그림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4년 SK케미칼 부회장으로 부임해서도 회사의 사업구조를 화학소재산업에서 정밀화학과 생명과학 중심으로 재편하고 미래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손관호 부회장은 1977년 선경합섬(현 SK케미칼)에 입사해 30여 년 동안 SK와 함께한 정통 SK맨이다. SK케미칼 전략기획실을 거쳐 2000년 외환위기 여파로 어려움을 겪던 SK건설로 옮겨 회사를 기사회생시킨 일등공신이다. 최근 여러 국가에 벤처기업 성격의 독립법인을 세우는 ‘글로벌 벤처제도’를 도입해 신규 해외시장 개척에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고정관념을 버려라”블루오션 개척자들▼
SK그룹 계열사의 지속적인 성장은 최고경영자(CEO)들의 ‘변화 실천’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사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 던지고 ‘블루오션’을 찾아 회사의 가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룹 내 ‘금융통’인 김우평 SK증권 사장은 주식 매매를 대행해 주는 일반적인 증권사 개념을 넘어 회사채 수익 분야에서 블루오션을 찾았다. 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도와 자금을 조달해 주는 역할을 탈피해 회사채로 모은 자산을 투자해 수익을 올려주는 방향으로 증권사의 업역(業域)을 넓혔다. SK증권이 지난해 상반기 회사채 수익률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것도 이런 김 사장의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유용종 워커힐 사장은 호텔업의 개념을 단순 숙박이 아닌 종합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야외수영장 리버파크와 아이스링크 등 계절상품과 연중무휴 공연되는 워커힐쇼 등으로 워커힐호텔을 도심의 품격 있는 휴식공간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호텔 매니지먼트에서의 맹활약으로 유 사장은 2006년 한국호텔경영학회가 주는 경영대상을 받았다.
김중호 SK E&S 사장과 김치형 SK가스 사장은 작년 중국 저장(浙江) 성 도시가스 사업과 산시(山西) 성 석탄 사업에 각각 진출해 내수용 에너지회사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1977년 유공(현 SK에너지)에 입사한 김중호 사장은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즐기고 판단력이 뛰어나 지성과 감성을 겸비한 리더로 평가받는다.
같은 해 유공에 입사한 김치형 사장은 해외에서 오랫동안 원유 트레이딩 경험을 쌓아 그룹 내 트레이딩 전문가로 꼽힌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SK그룹 이끄는 CEO들▼
7인의 사장들 ‘글로벌 SK’ 선봉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이끄는 사장급 최고경영자(CEO)들도 경쟁력이 높다는 평을 듣는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이동통신산업의 성장과 혁신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전문경영인이다. 1995년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 사업전략담당 이사로 통신업계와 인연을 맺은 뒤 하나로통신 비상임이사, 신세기통신 전략기획부문장을 거쳐 2004년 SK텔레콤 사장이 됐다. 최근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통해 유무선 통합 및 통신과 방송의 융합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은 2003년 3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SK네트웍스를 4년 만에 회생시키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최근 중국에 주유소와 자동차 정비, 휴대전화기 유통, 패션사업을 잇달아 진출시키면서 중국 내수시장의 물꼬를 텄다. 수입차 직수입 사업을 통해 국내 수입차 유통시장에 혁신을 가져온 그는 1년에 100권 이상의 책을 읽는 ‘독서광’이다.
박장석 SKC 사장은 1979년 ㈜선경(현 SK네트웍스)에 입사한 뒤 1987년 화학 및 필름, 디스플레이 소재 사업을 하는 SKC로 옮겨 미국 조지아공장의 흑자 실현, 중국 및 폴란드 공장 건설 등 해외 부문에서 성과를 거뒀다. 최근 미국계 다국적 화학기업인 롬앤드하스와 디스플레이 소재 전문 합작법인을 설립했으며 일본 기업과 제휴해 SKC에어가스를 세우는 등 글로벌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또 윤석경 SK C&C 사장은 2002년 사장 취임 뒤 주로 그룹 내 계열사 대상이었던 사업영역을 공공 및 금융산업 등 대외부문으로 확장시켜 2005년 매출 1조 원 돌파라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에는 세계 100대 정보기술(IT) 서비스기업에 회사 이름을 올렸으며 올해에는 해외로 사업 영토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웅석 SK건설 사장은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나온 뒤 30여 년간 엔지니어링이라는 한 우물을 판 정통 엔지니어로 SK건설이 터널 건설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기타 연주와 노래 실력이 수준급이며 회사 내 전자음악 동호회인 ‘스쿨맨(SKoolMan)’을 결성하기도 했다.
이정화 SK해운 사장은 미국 시카고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일리노이대에서 정치학 교수로 재직하다 SK그룹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이라는 인연으로 1995년 SK해운에 입사했다. 이후 전략기획 및 영업본부장 등을 거쳐 2003년 사장에 취임한 뒤 철저한 위기관리를 통해 경영을 정상궤도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주회사인 SK㈜의 박영호 사장은 최태원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밑그림을 그린 데 이어 작년 7월 성공적으로 전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미국 유학시절부터 수백 개의 연을 만들어 지인에게 나눠주고 세계 각국의 연이 출전하는 연 날리기 대회에 직접 만든 방패연을 들고 나가 우승하기도 한 연 애호가이다.
※ 2008 재계 파워엘리트 SK편은 목요일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