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초대석]바흐티아리 주한 이란대사

입력 | 2008-04-15 02:58:00

모하마드 레자 바흐티아리 주한 이란대사는 “한국과 이란은 1200년 이상 교류한 역사를 가진 가족 같은 관계”라며 기획전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가 한국인들에게 이란 문화를 널리 알릴 기회가 되길 기대했다. 이훈구 기자


“한국-이란은 1200년 넘게 교류한 문화이웃”

“7∼9세기 배를 타고 긴 여행을 한 끝에 페르시아인 가운데 최초로 신라 땅을 밟은 상인이 신라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지구상의 천국을 봤다.’ 얼마나 신라의 풍경이 화려하고 아름다웠으면 이렇게 표현했을까요.”

모하마드 레자 바흐티아리(57) 주한 이란대사는 이란의 한 역사서에서 이런 기록을 봤다며 “한국과 이란은 1200년 이상 오랜 교류사(史)를 가진 가족처럼 가까운 관계”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국립중앙박물관 이란국립박물관 SBS와 함께 22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하는 기획전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를 공동 주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이란의 문화 교류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바흐티아리 대사는 기대하고 있다. 10일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이란대사관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신라 금관과 금팔찌, 금목걸이 등 황금 유물을 보고 한국의 역사도 이란처럼 오래됐으며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에게 경북 경주시 괘릉(掛陵)에 깊숙한 눈, 우뚝 솟은 매부리코에 아랍식의 둥근 터번을 쓰고 있는 페르시아인 조각상 한 쌍이 있다고 알려주자 “꼭 경주에 가서 신라의 옛 모습과 페르시아와의 교류 흔적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예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에 그 조각상을 전시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바흐티아리 대사는 또 한국과 이란이 공통점이 많아 친밀해질 수 있는 관계임을 거듭 강조했다.

“한국은 같은 아시아 국가라는 점 외에도 역사·문화적으로 비슷한 배경을 지녔습니다. 이란인들이 한국 드라마 ‘대장금’에 열광하는 것도 이런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특히 한국과 이란 사람들이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키고 가꾸는 데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가 아무리 현대화되더라도 가족을 중시하고 어른과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을 잊지 않는 것도 두 나라의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바흐티아리 대사는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에 선보이는 유물들은 ‘이란의 현재’에도 살아 숨쉬고 있는 역사적 유산이라고 말했다.

“이란 사람들은 이 유물들을 보며 서아시아에서 이집트에 이르는 광활한 오리엔트 대륙을 지배했던 페르시아가 여러 민족의 정신과 문화를 존중했던 역사를 떠올립니다. 페르시아는 관용과 융합의 문화를 바탕으로 훌륭한 예술가, 건축가, 역사가를 배출했어요. 이들이 지금도 화려함과 정교함을 뽐내는 미술과 건축, 공예품을 창조해낸 것이죠.”

사상 최초의 대제국을 건설했던 페르시아의 키루스 2세는 정복지의 종교와 관습과 문화를 존중하는 관대한 정책으로 통치했다. 이처럼 관용과 화합을 바탕으로 이룩한 페르시아의 독창적 문화는 인도 유럽 동아시아 등 세계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바흐티아리 대사는 “오늘의 이란인들도 이런 태도를 계승해 급격히 변하는 세계 환경 속에서 다른 문화와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바흐티아리 대사는 한국 내에서 의사, 대학교수, 대학생, 일반 노동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1500여 명의 이란인도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가 이란 문화를 알리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드라마 중에도 한국 드라마처럼 가족애를 그려 한국인들의 정서에 맞을 만한 작품이 많습니다. 우리 대사관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이란의 전통음악, 도자기, 카펫을 비롯한 수준 높은 수공예품 등 이란의 전통 문화를 알리는 데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바흐티아리 대사는 2월 숭례문 화재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며 이 소식이 이란에도 전해져 많은 사람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가 상처를 입은 것에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기원전 4세기 초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의 수도인 페르세폴리스를 불태우지 않았다면 페르시아의 찬란한 문명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전해졌을 겁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문명과 역사를 한 줌의 재로 날리는 어리석은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합니다.”

전시는 22일∼8월 31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9월 29일∼12월 21일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린다. 1만 원. 02-793-2080

:바흐티아리 대사:

△1951년 이란 테헤란 출생 △1977년 미국 캘리포니아대(경제학) 졸업 △1979년 뉴멕시코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1988∼1994년 주벨기에 이란대사 △2000∼2003년 주모로코 이란대사 △2000∼2007년 이란 경제장관 특별고문 △2008년 1월∼ 주한 이란대사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영상취재: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